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싱글 라이스 위스키.’
화요 엑스트라 프리미엄(이하 화요 엑스)에 적은 이 문구를 처음 보고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하지만 쌀로 빚은 위스키라니, 호기심이 더 컸다. 화요 41을 오크통에 5년쯤 묵히면 무슨 맛이 날까. 그래서 샀다. 비싸다. 500㎖에 7만원이 좀 안 된다.
알다시피 맥아 등 곡물을 증류해 오크통에 넣어 숙성한 술이 위스키다. 화요 엑스는 화요 증류소에서 증류한 단일 원액을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그러므로 싱글 라이스 위스키라는 표현은 조금 오글거리기는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따르자.
화요 엑스는 짙은 호박색을 띤다. 딱 보기에도 위스키 전용 잔에 따라야 할 것 같은 빛깔이다. 제법 점도가 높다. 위스키 잔을 휘휘 돌리면 화요 엑스가 눈물 자국을 남기고 잔의 안쪽 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코를 박는다. 달큰하고 진득거리는 냄새가 난다. 향의 모서리가 둥글어 위스키처럼 찌르는 느낌이 없다.
마시자.
호박색 액체가 부드럽게 혀를 감싼다. 진한 바닐라향과 나무향이 뒤섞여 진하고 묵직한 단맛을 낸다. 기품있는 달콤함이랄까. 술은 걸리는 것 없이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피니시는 약한 편이다. 대신 달콤한 풍미가 입안에 오래 감돈다.
가격은 아쉽다. “야 그 가격에 그거 마실 바에 조금 더 보태서 몰트 위스키 마시겠다”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솔직히, 이게 팔려야 얼마나 팔리겠나. 술꾼 입장에서는 이런 술을 만들어주는 것만도 고맙기는 하다.
비싼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패키징은 변호할 여지가 없다. 겉은 금속, 속은 플라스틱으로 된 스크류캡을 달아놓았는데 이게 조금만 힘을 가해도 둘이 분리돼 헛돈다. 대충 본드를 발라놓은 모양이다. 이 정도 값이면 코르크 마개를 써도 되지 않나.
화요 엑스는 잘 만든 맛있는 싱글 라이스 위스키다. 그만의 독특한 매력도 있다. 다시 사 마실 의향은 있는데, 진짜로 다시 사 마시게 될지는 모르겠다. 세상에는 술이 너무 많고, 이 가격이면 아직 못 먹어본 꽤 훌륭한 술들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