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비정규 노동자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봄가을 학기 중에만 강의를 해.
건강보험은 지역 납부라서 ㅈㄹ 비싸고, 나머지 3대 보험도 학기 중에만 적용돼.
이런 얘길 왜 시작했더라?, 하고 생각해 보니까,
어제가 금요일인데 형은 금요일에만 서울에서 강의하고,
나머지 시간은 시골(형은 시골 살아)에서 노닥거려.
특강이나 학회 같은 게 있을 때만 집을 떠.
응, 무지 게을러.
서두가 긴데,
암튼 어제는 서울 다녀오느라 무지 피곤했고,
토요일 오전도 대체로 피곤하단 얘길 하고팠던 거야.
뒹굴거리며 스팀잇 글들 읽으며 큐레이션을 하고 나서,
뭘 좀 먹으면서 티비 뉴스를 틀었는데,
저출산 관련 뉴스가 나오더라고.
보니까 2006년부터 100조원 넘게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률은 사상 최저라고 하네.
2007년 출생률 1.05명에 출생자수 35만 7700명이라네.
옛날 얘기지만 1970년에 출생아 수가 100만명을 넘었다고 해.
그래 1/3토막이야.
전부터도 눈여겨봤는데,
저출산 대책이라는 게 대체로 경제 문제에 집중되어 있더라.
주로 얼마얼마를 지원해 준다는 식이야.
근데 난 이런 접근이 잘못이라고 봐.
그래서 좀 거칠게 이 문제를 다뤄보려 해.
요점만 말할게.
자, 생각해 봐.
이명박 시절, 그리고 박근혜 시절,
살기 괴로웠지.
단지 경제 문제만 말하는 건 아냐.
온갖 특권과 반칙이 정상처럼 통용됐잖아.
지금 밝혀진 것만 놓고 봐도
강원랜드, 우리은행 등 꽃직장에
실력자가 꽂아야만 입사할 수 있었던 거잖아.
경제 문제 중에서
우리가 실제로 겪는 많은 일들은
다 정치랑 연결되어 있어.
다시 말해, 정의와 공정이 문제인 거야.
부족하나마 내가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르고,
그래서 입시, 취업, 승진에서 내 가치 만큼 평가받는다면,
불만일 사람 별로 없을 거야.
나보다 x도 아닌 게,
순전히 빽으로 합격, 취업, 승진하는 그 꼴이 보기 싫은 거잖아.
(가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플 때도 있지만, 그건 핵심이 아니고.)
다 같이 힘들게 사는 건
사회가 공정하게 굴러가기만 한다면
참을 수 있어.
함께 열심히 하면 나아질 수 있는 거니까.
적어도 그런 믿음이나 희망은 있잖아.
그래서 해 볼 수도 있는 거고.
근데 말야,
GDP가 성장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불이 된다 해도,
사회가 공정하게 굴러가지 않는다면
여전히 배가 고파 아파.
니가 그렇게 살 맛이 안 나는데,
애를 낳는다고?
나한테도 앞날이 캄캄한데,
애한테 그런 더 캄캄한 미래를 주라고?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서 애 낳는 건 죄악이야(라고 느끼지).
한 건 당 얼마 준다고?
애 한 명 당 얼마를 지원해준다고?
그런 건 필요 없어.
일단 나의 가치가 바르게 평가되면 돼.
그런 믿음이 있으면 자연스레 애를 낳고 싶게 돼.
애는 이쁘거든!
그래, 물론 이게 다는 아니야.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여야 해.
여성이 안전해야 하고,
여성의 사회 활동이 보장되어야 하고,
경력 단절이 문제가 되어서도 안 되겠지.
남녀의 육아휴직도 보장되어야 하고,
임신 전부터 출산까지 사회가 여성과 아이를 보호해야 하고,
유아원부터 초중등학교까지 사회가 뒷받침해야 해.
그밖에도 갈 길이 멀어.
나는 단지 가장 밑바탕에서 확보되어야 할 게 뭘까 말했을 뿐이야.
사회가 정의로워야 하고,
정치가 잘 되어야 해.
청년이 미래를 밝게 볼 수 있어야 하고,
나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고,
자존심을 잃지 않고서도 살 수 있어야 해.
나는 이게 시작이라고 봐.
주말 아침부터 주절주절 말이 길었지?
어제 박근혜 1심 판결이 나왔지?
조만간 이명박도 심판을 받겠지?
이 얼마나 기쁜 날들이냐 말야!
그렇게 기쁜 일들이 쌓여가다 보면,
불현듯,
ㅋㅋㅋ
좋은 주말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