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려면 실생활 회화를 익혀야지!
앞선 글에서 중급자들은 서바이벌 잉글리시(survival English)에서 벗어나서 실생활 회화를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중급 정도라면 이제는 ‘친구와 영어로 수다를 떨 수 있는’ 실력은 갖추어야 할 테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말하는 게 실생활 회화일까?
우리말로 친구와 수다를 떨 때를 떠올려보자. 이 때는 당연히 격식을 갖추지 않고, 좀 더 편안하게 말을 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실생활 회화에서는 군대 말투처럼 딱딱한 어투,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문어체나 극존칭을 쓰는 대신 좀 더 쉽고 편한 말을 쓴다. 때로는 유행어나 비표준어를 쓰기도 한다.
요즘에는 우리말을 잘 하는 외국인들도 많아서 그게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아나운서 같은 말만 하던 외국인이 갑자기 “와, 짱이다!”라고 하거나 “외국 사람들도 혼밥 많이 해요.”라며 신조어를 써가며 얘기를 하면 우리는 “정말 우리말 잘한다. 한국에서 한 10년은 산 것 같다.”라며 놀라워한다. 간단한 유행어나 상황에 맞는 비표준어 한 두 마디로 그 사람의 언어 실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진데, 얘기를 하다가 슬쩍슬쩍 슬랭을 한두 마디 써주면 외국인 친구들은 “와, 영어 진짜 잘한다!”며 엄지를 추켜세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유행어, 비속어, 은어.
실생활 회화의 덫 - 유행어, 비속어, 은어
실생활 회화를 하다 보면, 더군다나 친구들과 격이 없이 수다를 떨게 되면 유행어나 비속어를 사용하게 된다. 때로는 표준어보다 상황이나 내 감정을 더 잘 표현해 주기도 하니까. 하지만 비속어는 실생활 회화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가끔 실생활 회화를 배우겠다면서 유행어나 비속어, 은어에만 집착해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게 바로 중급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이다.
유행어, 비속어, 은어는 실생활 회화의 전부가 아니다. 이런 말들은 친구와 수다를 떨 때 양념을 더해주고, 감칠맛을 더해줄 수는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영어회화의 맛을 확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아래 글을 한번 읽어보자.
여기 음식 굉장히 맛있습니다. 또한 음식점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무척 귀엽습니다. 네?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고요? 안타깝군요.
여기 진짜 짱 맛있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야. 게다가 여기서 키우는 고양이는 얼마나 귀여운지, 보면 살살 녹아. 뭐? 고양이 알러지가 있어? 안됐다.
여기 레알 존맛탱이야.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글구 여기 고양이도 킹왕짱 졸귀! 뭐?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구? 헐, 대박!
1번은 약간 딱딱하게 느껴진다. 마치 친구와 얘기하는 게 아니라 소설의 한 구절을 읽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2번은 어떨까? 친구와 얘기하듯 말하는 실생활 회화라면 2번이 딱 맞다. '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지 않고,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몰라, 살살 녹아'와 같은 적절한 표현을 사용해서 구어체의 느낌이 확 살아난다. 반면 3번은 어떤가?
레알, 존맛탱,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킹왕짱, 졸귀, 헐
굉장히 친한 중학교 2학년 친구들 사이라면 서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성인이 이런 말투를 쓰면, 그것도 아주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닌데 이런 말을 하면 그 사람이 좀 달리 보이는 게 사실이다. 말하는 상대에 따라, 상황에 맞게 말투를 고치고 다른 표현을 써야 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딱딱한 문어체를 피하고 실생활 회화를 익히겠다면 2번 정도의 말투를 써야 한다. 비속어, 비표준어를 쓰더라도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 한다는 거다. 지나치게 비속어, 은어, 슬랭에 집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3번처럼 말을 하게 될 수 있다.
미드에 나오는 표현이라고 함부로 쓰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주 친한 친구들과 얘기할 때는 3번처럼 말하고, 그냥 보통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2번처럼 말하면 되지 않나? 우리말로는 이게 가능하다. 마치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평상시에는 표준어를 쓰다가 고향 친구를 만나면 사투리를 쓰듯이, 직장 동료들과는 2번처럼 수다를 떨다가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3번처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어로 영어를 배워서 쓰는 우리 입장에서는 사람에 따라 1번, 2번과 3번을 휙휙 바꿔가며 말하는 게 무척 어렵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외국어를 배우는 우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슬랭이 2번 말투이고, 어느 정도가 3번 말투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미드에서 봤는데 이 정도는 다 쓰더라, 하면서 따라 하던 슬랭이 실제로는 3번 말투여서 같이 대화를 나누던 외국인이 당황하는 일도 있다. 물론 미드는 영어회화를 배우는 아주 좋은 매개체이다. 허나, 미국 드라마는 우리나라 드라마와 달리 꽤 많은 비속어가 등장한다. 마치 영화가 공중파 드라마에 비해 더 많은 욕설과 비속어가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미드에 나오는 표현이라고 함부로 따라하다간 험한 욕설이 입에 붙을 수 있다.
실생활 회화와 구어체 영어를 익히다가 자칫 잘못하면 저렴한 3번 말투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실생활 회화의 표현들은 마치 살얼음판 같다. 조금만 방심하면 얼음장이 깨지고 저렴한 3번 말투의 강으로 빠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속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영어를 잘하는 친구(학원 선생님, 외국인 친구 등등)에게 그 표현이 어느 정도의 말투인지 확인을 받는 게 좋다. 혼자 공부를 하는 경우라면 가급적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다양한 교재, 다양한 미드 등) 영어를 배우면서, 해당 표현들이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지 많은 예시 사항을 접해보는 것이 좋다. 정 불안하다면 그런 표현들을 공부해서 알아듣기는 하되, 사용할 때는 굉장히 조심해서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불이의 영어 이야기] 지난 글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를 팔로우하시면 더 많은 영어 이야기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
[불이의 영어 이야기] #12. 한국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영어 발음
[불이의 영어 이야기] #13. 영어 발음과 웹툰의 상관 관계
[불이의 영어 이야기] #14. 영어회화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불이의 영어 이야기] #15. 왕초보들이 영어회화를 시작할 때
[불이의 영어 이야기] #16. 중급자들을 위한 영어회화 공부법
이 글은 "작가와 소통하는 살아있는 미디어, 마나마인"에도 올라갑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마나마인 홈페이지나 마나마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