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사랑하니까.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드디어 시작하게 됐다. 다행이다. 아직 2018년이 끝난 게 아니어서.
내가 비록 운동신경이 둔하고, 야외활동 싫어하고, 체력이 저질이어도 운동과 아예 담을 쌓고 산 건 아니었다. 계속 생각은 하고 있었다. 언젠간 해야지, 하며 관심의 끈을 (비록 몇 가닥 안 남긴 했으나) 계속 붙잡고 있었다.
오래전이긴 하나 한국에 있었을 때 요가를 했었던 적이 있다. 요가원을 다니며 1년 남짓 배웠었는데, 생각보다 실력이 늘지는 않았다. 내 몸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힘들면 멈췄다. 너무 무리하다가 부상을 당하면 안 되니까. 이 동작은 아직 근력이 약해서 못하고, 저 동작은 유연성이 떨어져서 못하고. 네? 선생님이 잡아주시겠다고요? 아닙니다. 전 못합니다. 그러다 다치면 어떡해요? 나는 최대한 몸을 사렸다. 그렇게 쉬엄쉬엄, 설렁설렁, 깨작깨작 요가를 했고, 덕분에 난 늘 초보였다.
미국에 오게 됐다. 그래도 요가원에서 보고 배운 게 있으니 나 혼자 집에서도 할 수 있겠지. 나는 요가책 한 권 달랑 사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산이었다. 난 미국에서도 여전히 쉬엄쉬엄, 설렁설렁, 깨작깨작 요가를 했고 여전히 초보였다.
한눈팔기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요가 말고 다른 운동을 해볼까 싶었다. 매트 필라테스? 이건 너무 쉽잖아. 차라리 요가를 하고 말지. (뭔 근자감인가. 수업 시간에 팔 부들부들 떨면서 버텼던 건 뭐냐고!) 줌바? 음악이 신나지 않아. (음악이 진짜 내 취향이 아니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매트 필라테스와 줌바가 두어 차례 만에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이번엔 수영으로 눈을 돌렸다.
난 물 공포증이 있다. 수영은 커녕 물을 바라보는 것도 무섭다. 그런 내가 수영이라니! 일주일에 세번씩 연습을 했다.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고 수영에 관한 블로그를 검색해서 읽었다. 수영복과 수경, 수영모자가 닳아서 새 것을 샀다. 강사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이 수영장 안에서 폼이 제일 좋을 거라고. 그런데 여전히 수영은 할 줄 모른다. 난 물 공포증이 있다.
몸이 물에 가라앉아서 무서운 게 아니라 몸이 물에 떠서 무서웠다. 어느 한 군데 든든하게 몸을 지탱시키지 못하고 허공에(?) 떠 있어야 하다니! 게다가 미국 수영장은 한국과 달랐다. 수영장 한쪽은 4피트(1.2m)의 깊이로 시작하지만 조금 나가면 6피트(1.8m)로 깊어졌고, 곧이어 8피트(2.4m)를 거쳐 25m 레인의 반대쪽 끝은 12피트(3.6m)였다. 중간에 멈췄을 때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지점부터는 겁이 나서 갈 수가 없었다. 가장 깊은 12피트 쪽에서는 킥판을 붙잡고도 물에 떠있는 게 무서웠다. 물 색깔은 무척이나 파랬다. 내가 말했던가. 난 물 공포증이 있다고.
결국 수영도 포기하고 말았다.
물놀이 할까? 저 수영 못 해요. 물 공포증이 있는 개구리라..
(또) 다시 시작이다, 운동!
그나마 쉬엄쉬엄, 설렁설렁, 깨작깨작거리던 운동도 완전히 멈춘 지 꽤 오래 됐다. 그간 운동과 너무 격조했다. 앞서 말했듯이 실천은 안 하면서도 계속 운동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었다.
공부하려고 사다만 놓고 읽지 않은 영어책처럼 시시때때로 "운동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내 뇌리를 간지럽혔고, 문득문득 시린 무릎을 부여잡고 "그래, 그땐 낙타자세도 했었는데." 하고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이제 (또) 다시 운동을 시작해본다. 예뻐지고 싶어서 운동을 했던 적도 있고, 살을 빼려고 운동을 했던 적도 있다. 이젠 뼈를 생각할 나이다.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려면 이제부터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
이번에는 몸을 생각하되,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관절들아, 잘 부탁해! 근육들아, 네 존재감을 보여줘! 이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