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重慶森林)이란 영화를 아시는지? 1994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가 기억 남는 영화다. 영화의 내용을 잠시 집고 넘어가자면 실연한 두 명의 경찰과 그들과 교감하는 두 여자의 미묘한 감성을 옴니버스로 구성한 영화랄까. 어렵죠?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요.
이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영화의 감성을 이해하기에 나는 어렸고 이별에 대한 아픔과 도시의 메마른 정서를 느끼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와 중경삼림의 말 못 할 감정을 이해한다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픔도, 당장 지구가 없어질 것 같은 허무함도, 세상 나 혼자 있다는 외로움에도 떨어보니 그 느낌을 조금 알 것 같다.
이제와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를 꺼낸 건 영화 속 음악을 함께 듣고 싶어서다. 영화 내용은 정확히 기억 안 나도 음악들이 뇌리에 남았는지 어느 날인가 영화 속 음악들을 끝없이 듣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린 내용이 기억나는 건 아니었지만 중경삼림 속 세기말적 분위기만은 도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말이 길었다. 이만 각설하고 함께 듣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자면 왕페이王菲의 몽중인夢中人과 마마스 앤 파파스Mamas&Papas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몽중인을 부른 이는 왕페이는 극중 인물 중 하나인 페이 역할도 맡아 연기했다.
마마스 앤 파파스는 혼성 포크 록 그룹으로 1965년 캘리포니아에서 결성된 그룹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전혀 모르던 그룹이었는데 중경삼림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영화와 함께 인기몰이를 하자 97년에 내한 공연을 가진 적도 있다.
영화는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를 만드는 음악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음악을 남기고 음악은 영화를 기억하니까. 두 곡을 들으면 중경삼림부터 생각나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도 몽중인과 캘리포니아 드리밍에는 다가오는 21세기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경찰233이 남긴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