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입니다.]
국밥. 국물이나 탕 요리에 밥을 곁들여 먹는 음식을 지칭하는 것으로 대게 국물에 밥을 말아먹기에 한 그릇 음식이라고도 한다.
국밥은 짜장면과 더불어 한국인의 정서에 대표적 서민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밥처럼 든든히 배를 채울 음식도 흔치 않다는 점도 있지만 문학적 영향도 있던 것으로 생각된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그것인데 인력거꾼인 김첨지와 설렁탕에 관한 이야기는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김첨지는 문학 속 대표적인 노동자였고 이는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국밥의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정치인일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인 만큼 노동자의 대표적 음식인 국밥이 갖는 상직적인 의미는 정치인에게 꽤나 훌륭한 홍보수단이 된다. 나는 서민과 멀지 않은 사람임을 강조하기에 국밥만 한 음식이 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밥의 친서민적 정서를 가장 잘 활용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다.
17대 대선 유세 당시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에서 이명박 후보는 국밥을 먹는다. ‘이명박은 배고픕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할머니가 말한다. “밥 처먹었으니께 경제 꼭 살려라잉.” 이 광고는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됐고 친서민적 이미지와 더불어 서민경제를 살릴 것만 같은 희망을 심어줬다. 그리고 MB는 17대 대통령이 됐다.
경제를 살릴 것만 같았던 그가 최근 뇌물수수 혐의 등의 이유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 놀랄만한 소식 이후 내가 접한 기사는 다름 아닌 이 전 대통령이 장시간 수사를 받으며 식사는 국밥으로 해결했다는 시시껄렁한 기사였다.
왜 하필 국밥인가, 그리고 왜 이런 걸 보도하나 싶지만 이는 ‘내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다.’를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래서 지지자를 결집하고 보복수사 프레임을 공고히 하려는 것.
국밥에는 오늘 하루도 지독히도 고단한 노동을 버텨낸 이가 받는 보상 같은 이미지도 숨어 있다. 위기에 처하자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던 국밥의 이미지를 다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정말 국밥을 좋아하던가.
사실 MB가 조사받으며 국밥을 먹던 초밥을 먹던 별로 궁금하지 않다. 그의 비리가 드러난 건 아직 빙산의 일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온갖 의혹들이 법에 맞게 수사되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오늘 MB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빠르면 21일 영장실질심사가 있을 예정이다. 부디 가카께서 국밥 말고 콩밥도 잘 드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