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사진과 콜라보 포스팅입니다.
들르신 분, 글은 패스하셔도 제일 아래 추천음악 꼭 들어주시고
사진도 보고가세요. ^^
내 여자친구는 동안이다. 그 여자의 남자는 노안...
아니 노안은 아니다. 그냥 평범하다. 아니, 사실 못생겼다.
못생긴데는 국경이 없고, 나이도 없다. 범우주적이다.
그냥 못생긴건 못생긴거다.
그 여자는 동안 중에도, 절대 동안이다.
그녀는 가끔 자신의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고는 타인의 평가를 요구했다.
즐긴다. 이 여자.
나는 김지인(남자)에게 사진을 들이밀었다.
몇살?
이거 누구?
누구겠냐?
걍 숫자 지껄여봐
22
진짜? (휘둥그레)
에이... 광학기술, 편집기술의 발전, 감안하자.
그러면 23 ?
하던거 해... (어이 없음)
대화에서 짐작하겠지만, 절대동안 여친이란 내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쪽이다.
이런 류의 일로 우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다음 타자로 박지인(남)에게 사진을 들이밀며,
몇 살?
뭐해 줄건데?
커피 한잔. (자판기 일반커피 150원, 고급커피 200원)
보자... 이번 신입생?
왜 이래 다들? 오수생인가? 숫자로 말해봐
아니, 20. 이쁘네?
지랄.
일반커피 처먹어..
이번엔 여성인 송지인에게 들이민다.
몇살?
여친? 아깝다...
누가?
누구겠어요?
진짜 모르겠는데? (사실 알고있음.)
사실 알고 있네요?
ㅡ.ㅡ
본론에 충실하자.
나이? 음... 이거 뽀샵한거죠? 감안해서 21 ~ 23
음... 저기 서있는 쟤 니 남친이야?
응
니 남친 나 닮았네? 우리 부류야.
선배. 여자 아깝다. 보내줘라 그냥...
응. 꼭 결혼해라.
근처에 있는 신입생 손지인(남)에게 들이민다.
몇살?
18?
꺼져 새꺄...
우리 학교면 소개시켜줘요~ ^^
(째려봄)
(움찔)
나중에 밥이나 먹자.
그리고 몇몇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날 저녁 내 여자를 만났다.
여자는 패리스 배깃(빠리 바게뜨)에서 빵을 고르며 물었다.
결과가 어때?
정말 궁금한걸 물을 때, 꼭 다른 행동을 하며 넌지시 묻는다.
이런 행동요령은 그녀의 아버지가 가르친 것들이다.
나는 보고한다.
평균나이 23세.
그렇게 많다고?
최저 나이 18세 나왔습니다. 갓들어온 신입생 남자 녀석이야.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빵을 요리조리 돌려보는 여자.
빵을 다 고르면 비싼 지갑에서, 아직 내 이번 생에는 가져 보지 못한
황금색 크레딧 카드를 꺼내드는 여자.
앞머리가 가지런한 여종업원은 이제 알아서 빵봉지를 내 쪽으로 내민다.
나는 예의바르고 성실하게 빵봉지를 받아든다.
밖으로 향하는 여자의 구두 굽 소리가 빵가게에 울리고, 자동문이 스르륵 열리면
저기 여자의 외제차가 주차되어 있다.
여자가 자신의 차에 접근하면, 내 머리 속의 센서가 작동한다.
Open the door for her...
난 항상 차문을 열어준다. 내가 차문을 열어줄 때면
여자는 사랑스럽게 내게 눈을 깜빡인다.
그녀는 나의 배려를 당연시 여기면서도 항상 굴욕감을 지워낸다.
여자가 물었다.
운전 면허는?
아 이번에 등록했어. 그냥 오토로 하면되겠지? 스틱 몰 일도 없고.
스포츠카는 스틱이야.
일전에 그녀가 노란 스포츠카를 몰고나왔던 기억.
아, 난 스피드는 즐기지 않는데, 무사고 운전이 목표야.
날 잡으려면 스피드를 좀 내야 할거야...
여자는 운전을 하면서, 지난 여행에서 구입한 시계와 팔찌를 얘기했다.
들어본적도 없는 장소들과 미술품, 진귀한 음식들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알 수없는 세계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 오후 지인들에게 내밀었던 사진 속의 활짝 핀 동안 미소를 떠올렸다.
깊은 격차가 밀려온다.
그렇게 그녀는 너와 내 거리를 확실히 벌린다.
정확히는 나를 저 멀리 밀어내버리는거지...
그리곤, 항상 이렇게 묻는다.
넌 내가 왜 좋아?
질문의 타이밍도 보통 좌회전을 할 때.
진짜 궁금한 걸 물을 때는 다른 행동을 하며 넌지시.
이 여자는 비싼 장신구와 경험같은 걸로 상대를 제압하거나 조정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부자들에게 허영은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이며, 벗어나기 어려운 올가미다.
하지만 이 여자에게 허영은 안개와 같다. 적절히 몸을 숨기지만 절대 섞이지 않는다.
안개 속에 길을 찾던 그녀가 내게 불쑥 손을 내밀었지...
도도하지만 무례하지 않았다. 그 손을 덥석 잡았다.
꼬박꼬박 대답하던 평소와 달리 나는 대화의 흐름을 바꾼다.
내 생일에는 뭘 선물 할거야?
내 여자는 잠시 침묵한다.
평소와 대화 패턴이 바뀔 때는 분석 프로세스가 돌아간다.
여자가 묻는다.
뭐 받고 싶은데?
너 어릴적 사진을 누군가에 준 적 있어?
어릴적이라면 언제?
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아주 어릴 때...
아날로그 사진이었으면 좋겠어.. 빛바랜 아날로그 사진...
이번 내 생일에 줘.
꼭 어린 시절 필름 카메라로 찍어서 현상해둔, 묶혀둔 사진이어야 해?
그걸 왜 달라고 하는거야?
나는 대답한다.
왠지 그 낡은 사진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면 너와 내 격차가 메워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여자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이상하네...
뭐가?
그렇게 느낀다는게 이상하면서도 이해가 가기도 하는...
나도 설명하기 어려워. ㅎㅎㅎ
다시 한번 패턴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넌 내가 왜 좋아?
거울에 비친 살며시는 번지는 여자의 미소.
보통 저런건 진짜지.
사진 줄께... 생일 선물로.
도로는 어둑어둑 해지고, 가로수에 불이 들어오며 야경의 조건이 갖춰져간다.
우리는 야경을 보려하지 않고, 야경 그 자체로 녹아든다.
멜랑꼴리한 음악이 들려오는데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음악들이다.
내 사랑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나는 거기에 빛바랜 사진 한장을 올려둔 채
어디선가 서로 모르는 모습으로 살아왔을 낡은 시간들을 만지작 거릴 생각이다.
나는 다시 한번 물었다.
내가 왜 좋아?
또 미소.
너 내가 만난 남자 중에 제일 못생겼어.
가로수 불빛이 차례로 여자의 얼굴을 가로지른다.
내 여자는 절대 동안이다.
포스팅 추천음악은 신승훈의 "해, 달, 별 그리고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