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둘째가 방 안에서 방문을 잠궜다 열었다하면서 상당히 즐거워한다. 키도 작은 녀석이 까치발을 하고선 겨우 닿는 손으로 문을 잠그는데 한 번은 잠긴 문을 열지 못해 방안에서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큰방이야 발코니와 연결이 되어 있어 발코니를 통해 들어가면 되지만 옷방과 작은 방은 안에서 열지 않으면 밖에서 들어갈 방법이 없다. 현재 집에 이사를 오면서 방키를 따로 받지 못했을땐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간혹 이런 일이 있다보니 조금씩 걱정이 되었다. 마침 오늘 또 둘째의 장난으로 작은 방이 잠겼는데 다행인 것은 잠근 버튼만 누르고 방을 빠져나와 밖에서 문은 닫아 잠근 것이다. 그나마 아이가 갇히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방문을 열 방법을 찾았다.
요즘 시대가 참 좋아져서 유튜브로 검색만하면 방문 열기 정도는 흔하게 찾을 수 있는데 납작하고 강도가 있는 것으로 손쉽게 문을 열수가 있다. 예전에도 한 번 열어본 경험이 있어서 자신 만만하게 은행 보안카드를 들고 방문 앞에 섰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방문앞에서 30분이나 낑낑 거렸는데 도무지 방문이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가락 마디의 피부가 벗겨져 쓰라릴 정도가 되자 아내님이 나를 말리고 섰다. 그냥 돈을 좀 주더라도 열쇠 전문점에 연락해서 사람을 불러 열자는 것이다. 하지만 벌써 30분 동안이나 투자한 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오기가 발동했다. 내 오늘 이 문을 꼭 열고 말리라! 다짐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다시 방문 앞에 섰다. 그런데 그때 첫째 녀석이 내 옆으로 오더니 "아빠~ 내가 큰 방 문도 잠궜어요!" 라고 말하는게 아닌가...ㅠㅠ
아니 지금 아빠 고생하는 거 안보여? 도대체 나한테 왜그러는 거니? ㅠ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대답이 간단했다. 아빠 모습이 재미있어 보여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만히 보니 나도 내 모습이 참 재미있어 보였다. 속옷 한 장 달랑 걸쳐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방문 앞에 서있는 꼴이 참 말이 아니었다. 아이 덕분에 내 모습을 보고 그만 아이들과 함께 크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한바탕 웃고 나서 큰방으로 향했다. 큰방은 아이들 놀이방이라 먼저 열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슬그머니 보안카드를 우겨 넣었다.
찰칵!!!
응????? 너무도 쉽게 문이 열리자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게 바로 웃음의 효과인가? 혹시나 싶어 다시 문을 잠그고 시도해 보았는데 똑같이 열리는게 아닌가! 그래도 의심스러워 옷방 문도 잠궜더가 시도해보였는데 쉽게 열렸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몇 번하면서 감을 잡고는 다시 작은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작은 방은 다른 방들과 달리 문과 문턱의 사이가 상당히 좁았다. 잠긴 문을 안쪽으로 밀면서 약간을 공간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보안카드를 조심조심 밀어 넣었다. 어느 정도 보안카드가 밀려 들어갔음을 확인하고는 있는 힘껏 문고리 방향으로 밀어올렸다.
찰칵!!!!!!!!!!!!!!!!!!!!!!
드디어 문이 열렸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인가!!! 아내님과 아이들이 옆으로 오더니 함께 기뻐해주었다. 누가 보면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딴줄 알았을 거다.
잠긴 문 때문에 고생하면서 짜증 지수가 올라갔지만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참은게 참 다행스러웠다. 잠긴 문이야 몇시간을 고생하더라도 열면 그만이지만 아이들에게 한 번 화를 내는 순간 나도 아이들도 그 화에 잠식되어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첫째가 지렁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