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 글은 덕후의 마음으로 써 내려가는 글이다. 나는 아주 초조하다. 왜냐면 당신이 이 페이지에 오래 머물지 않을 거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단 시간내에 이 미드를 보며 인생 낭비를 하느라 나는 초흥분상태이다. 논리적으로 적당히 떡밥을 던질 만할 자질이 없다. 냉철한 분석도 새로 제공할 정보도 없다. 어떻게 해야 당신이 이 미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일단 처음 보자 마자 별로 당신의 취향이 아니라면 우려될 것 없지만 혹시나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경고한다. 당신이 첩보물을 좋아한다면 약간의 음모론과 추리, 전략, 액션, 게임을 인간적인 허술함이 있는 누군가가 펼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새겨들어라. 이 미드를 보지 말라. 단언컨대 당신은 끝없이 재생 플레이를 누를 것이다. 인생을 낭비하고 일상을 순삭하고 주변인이 있다면 끝없는 잔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마치 나처럼) 당신이 매우 절제력이 있고 눈도 적당히 아파서 적당히 끊어서 이 미드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를 선택해도 좋다.
홈랜드, 시즌 7까지 방영되었고 시즌8이 방영될 예정이다. 이 드라마는 CIA 요원 캐리를 중심으로 911 테러 이후 미국과 이슬람과의 관계에서 있을 법한 일에 관한 첩보물이자 정치물 미드이다. 시즌1의 줄거리만 말해본다면 알카에다가 8년동안 감금되었던 미군 해군 브로디가 구출된다. 모두들 브로디를 영웅 대접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브로디는 PTSD에 시달리며 개인적인 혼돈을 겪고 CIA 요원 캐리는 홀로 그런 브로디를 수상히 여긴다. 브로디는 고문당한 불쌍한 퇴역 군인일까? 캐리의 의심대로 수상한 스파이일까? 시즌1을 관통하는 큰 흐름이다.
보통 시즌당 기나긴 줄거리 호흡이 있다. 약간의 떡밥은 있지만 유일하게 이 드라마에게 고마움이 있다면 시즌이 끝날 때쯤 이야기 마무리를 해준다는 거다.(그때 쉴 수 있다) 가장 크고 핵심적인 브로디 스토리는 시즌3으로 마무리된다. 현실에서 빈 라덴이 사살된 이후에도 테러와의 전쟁은 끝이지 않고 바람잘 날 없었듯 큰 핵심적 사건이 끝나도 문제는 얼마든지 파생되는 법이라 이후 소재거리는 많다.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1.이 드라마의 최대 특징은 답답하고 짜증난다는 거다.
읭? 아니 영업하는 마당에 이게 웬 잿밥인가 싶겠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이 드라마는 절대로 사이다 미드는 아니다. 어떨 땐 해결을 해주는 척하기도 하지만 종국에 마음에 남는 씁쓸함, 허전함이 더 큰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이런 류의 드라마를 쓰는 작가를 이렇게 표현한다. ‘가차 없다.’ 가차 없는 각본이다. 개연성이 모든 시즌이 탄탄한 건 아니지만 각본과 연출이 꽤 탄탄하다. 그 세계에 내가 속하고 현실의 나의 문제가 가볍고 시시해질만큼 몰입도가 높다. (함께 분노 게이지도 올라갈지도) 적어도 이 작가 분은 사명 정신이 있는 게 분명하다. 타협이란 걸 모른다. 적당히 어느 정도 하다가 끝내 줄 법도 한데 끝까지 갈 때가 많다. 특히 아끼는 캐릭터에게 영원한 고통을 안겨주는 게 취미인가 싶을 정도.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해? 거기까지 할 꺼야?’, ‘꼭 이래야만 하니?’ 속상할 때가 참 많았다. 덕분에 손에 땀을 쥐고 두근두근하면서 모니터를 보며 멈출 수 없던 장면이 많았다. 홈랜드를 보다 보면 점점 안 속게 된다. 완전히 시즌이 끝날 때까진 나의 의심도 멈출 수가 없다. 이 드라마는 모두를 회의적으로 만든다.
2.소름 돋는 현실 반영
사실 나는 중동의 정세나 상황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현실 반영도가 어떤지 정확히 모르겠다. 팩트가 아닌 현실에서 가져온 잘 쓰여진 논픽션 줄거리지만, 이야기의 결은 팩트에 가까운 미드가 아닐까 싶다. 전쟁에서 피해를 겪은 피해자의 심리 상태, 대중들의 두려움과 분노, 그것을 이용하는 권력자의 욕망, 그리고 911 이후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모두 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 혹은 게임을 하고 있는 현실의 우리들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연타로 머리를 때린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신념이란 무엇인가? 대의를 위해 희생당하는 한 개인의 삶은 묵과하고 있는 게 아닐까? 논픽션이지만 현실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게 이 미드의 매력
3.허점투성이의 지나치게 인간적인 등장인물
일단 모든 좋은 드라마가 그렇듯 이 드라마에는 영원한 선인도 영원한 악인도 없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그 적이 다시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정치물에 다가 첩보물이니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기만하는 건 다반사다.
그런 관계적인 측면을 차치하고 이 드라마에 나오는 주요 중심 등장인물들은 한 개인으로서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매력은 커녕 짜증나는 발암 캐릭터이기도 하다(그만큼 연기를 잘한다는 의미)
일단 주인공은 평소 냉철한 CIA요원의 이미지답지 않게 조울증을 앓고 있는 매우 불안한 정신상태를 지니고 있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는 미간을 찌푸리며 큰 눈을 어쩔 줄 몰라 오열하는 Crying Face다. 그리고 그녀는 충동적이고 매우 무모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은 다 묵살하고 오로지 자신의 감으로 독불장군처럼 사고를 늘 치고 다닌다. 그리고 그녀는 의리는 있지만 윤리적인 선이란 게 없다. 어떻게 사람이 그래.. 싶을 정도로 비도덕적일도 별다른 고민도 죄책감 없이 미션과 임무 완수를 위해 밀어 부치는 타입.
이것이 그녀의 심블, 크라잉페이스 출처는 http://gph.is/1L3hHnr
약간 불완전한 감정적인 천재타입인지라 감이 어찌나 좋고 머리 회전이 어찌나 빠른 지. 다만 그녀는 방법이 다 틀려 먹었다. 그래서 걸핏하면 오해를 사고 자신과 주변 사람을 위험에 빠트린다. 자기 발에 자기가 발등 찍는 타입. 또한 그럼에도 불 같은 열정과 타협하지 않는 점이 그녀의 매력이다. 자기가 사고 치고 자기가 수습하려 애 쓴다고 할까. 시즌을 다 보고 나면 불완전하지만 자신의 신념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어찌나 열심히 사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완전히 믿을 만한 건 역시 주인공인 캐리밖에 없으니까. ‘캐리가 그래도 하드캐리’
하여튼 드라마 주인공을 포함해서 많은 주요인물이 돌아가면서 고통을 겪고 자기 늪에 빠지고 절망하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 그게 그렇게 딱하고 답답하고 안스럽다. 이 드라마에는 슈퍼 히어로가 없다. 정상인 혹은 좋은 사람도 몇 없다. 이상하지만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이미 글을 너무 길게 썼다. 최대한 스포없이 적어내려가려고 노력했는데 역시 망한 듯
바람이 있다면 이 드라마를 본 사람과 신나게 수다 떨 수 있으면 좋겠다.
P.S. 굳이 밝히는 나의 최애 캐릭터는 피터 퀸 그리고 데이나이다.
이 글을 쓰고나서 검색해서 알게 된 건데 제작진이 24시 제작진이였구나.... 실제 CIA 간부 출신이 컨설턴트로 있다고 미국에서 유명한 미드라고 한다. (좋아하지만 파진 않는 스타일이라서)
스포가 있으니 아래 참고기사는 조심하시도록. 사람들의 시선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걸 느낀다.. 나는 오히려 아랍사회 비난, 비판보다는 미국 정책 비판 사람들의 무조건적 편견으로읽혔는데 아랍사회 혐오로 논란이 있다니..
참고기사: <홈랜드>는 리얼한 스파이극일까, 아니면 편견으로 가득한 픽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