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밤입니다. 문득 예전에 어떤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보다가 슬픈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밤잠을 못자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상의 세계에 갇혀 100층의 보스를 클리어하지 못하면 현실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설정인데, 길드에도 파티에도 들어가지 않고 늘 혼자만 사냥하던 주인공은 어떤 계기로 "달밤의 검은 고양이단"이라는 완전 초보 길드원들을 우연히 돕게 되면서 그들과 함께 하게 됩니다.
자신의 높은 레벨을 속이고 그들의 성장을 돕던 어느 날, 드디어 큰 돈을 모으게 된 길드마스터가 최초로 아지트를 구입하러 잠시 떠난 사이에 주인공을 포함한 길드원들은 평소보다 어려운 던전에 용감하게 도전하였다가 함정에 갇히게 됩니다.
주인공의 능력으로는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눈 앞에서 하나 둘씩 그와 함께 했던 동료들이 목숨을 잃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혼자만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길드 최초의 아지트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러 온 길드마스터가 돌아와서 모든 길드원이 전멸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레벨을 속인 주인공을 저주하며 그는 몸을 저 깊은 곳으로 던져 버립니다.
그 때의 아픈 경험 때문인지, 나중에 다른 곳에서 파티원이 전멸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 때에는 주인공이 숨겨진 금단의 기술을 봉인 해제하여 목숨을 걸고 혼자서 보스를 처치하기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는 판타지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 때 느꼈던 슬픈 감정들이 묘하게 오버랩되는게 느껴집니다. 투자자의 입장에 서서 굳이 같은 류 게임의 얘기로 비유하자면, 저는 그저 막 초보마을을 벗어나 쇠검과 사슬갑옷 정도를 입은 중급 모험가입니다.
나무칼 하나를 들고 나와서 토끼도 잡지 못하고 좌절하고 이 게임을 떠나거나, 혹은 나무칼을 주면 전설의 검으로 바꿔준다는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속아 그나마 있던 전재산 나무칼 마저 잃고 마는 레벨 1의 초급자들이 왠지 모르게 안쓰러워 그들에게 토끼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고 용기를 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런 저를 두고 마치 레벨 999의 전설의 용사인 것처럼 얘기하고, 좀 아는 사람들은 왜 레벨 30 주제에 초보들을 선동하여 대마왕도 잡을 수 있다고 선동하냐며 다그치기도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방어 태세의 투자자입니다. 시장의 풍랑을 피해 안정적인 수익을 취하지만, 하락의 압력이 오면 방어 태세로 전환하며 철벽 방어가 불가능할 경우 신속하게 탈출합니다. 이 경우 함께 탈출하지 못하신 많은 분들은 아마도 눈 앞에서 사라지는 소중한 자산에 눈물을 흘리고 저를 원망하게 될까 두려움이 찾아옵니다.
그저 저는 모든 사람들이 초반의 힘든 역경을 벗어나 누구나 행복한 모험의 세계에서 함께 성장하였으면 하는 것 뿐입니다.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에이프릴 상점의 아가씨에게서 사탕을 좀 사는 것으로 대신해달라고 얘기하기는 합니다.
10명 정도의 작은 모임을 생각하다가 20명 정도의 "큰" 모임을 가져보고자 도와주실 분을 찾았는데, 하루만에 무려 300명이 넘는 분이 메일을 주셨습니다. 제가 너무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어떻게 수습을 해야될지 감당이 안됩니다. 좋은 의도로 선뜻 도움을 제안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답장 드리지 못해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마왕의 탄생"을 주제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었는데, 심란함 때문에 조금 포스팅을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 생각을 좀 식히고 다시 돌아 오겠습니다.
p.s. 12월 18일 CME 선물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변화가 예측되어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갑니다. 시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본인의 투자 스타일에 따라 어떤 태세를 취해야할지, 잘 고려하셔서 슬기롭게 대처하셨으면 합니다. 모든 분들의 행복과 성공투자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