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레는 순간 박제라도 된 사람처럼 모든 동작을 멈추고 그 처연한 눈길로 황진이를 바라보았다.
황진이는 그의 시선에 못이라도 박힌 듯 쳐다보다가 결국 고개 돌려 외면하며 차갑게 말했다.
“당신이란 사람 철면피로군요! 자신의 죄를 아버지의 피로 돌리다니! 비겁해요!”
“그게 무슨 소리지?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아는데?”
황진이: 아까 뻔뻔스럽게 말했죠? 내가 당신 누이 거티를 닮았다고? 당신 어려서부터 모델 해달라는 핑계로 누이동생의 옷을 벗겼다는 거 우리 쥔장에게 다 들었어!
실레: 거칠게 말하지 말아줘요. 내 누이, 거티는 날 이해해주는 몇 안 되는 착하고 아름다운 소녀였오. 봐요. 이 아기가 바로 거티요!
황진이: 예쁘기도 하네요. 당신도...누나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실레: 누나들은 왠지 어려웠소. 내가 그림 그리는 길로 가는 것 자체를 반대했지. 특히 멜라니!
그녀는 예쁘긴 했지만 여자가 아니었어. 거칠고 용맹했고 일도 억척스레 잘했어. 난 누날 드래곤이라고 놀렸지.
황진이: 누난 누나지 남동생에게 여자일 필요 있을까요? 당신의 시각자체가 이상해. 어린 시절의 실레-정말 귀엽긴 하네요. 아.....구스타프의 시신이 사라졌어!
둘은 구스타프가 누워있던 침대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실레는 일어서며 황진이를 나무라듯 말했다.
“그는 완전히 떠났소. 내가 그를 그릴 절호의 기회였는데...당신이 옆에서 종달새처럼 조잘대는 바람에 이 그림은 영원히 미완성에 그치게 되었군. 나도 이만 가보겠소.”
황진이는 그를 따라 아뜨리에를 나서서 일부러 문을 쾅! 닫고는 그의 뒤에 한 마디 던졌다.
“구스타프는 당신이 그 더러운 손으로 그려주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흔적을 남겼어요.
여기 다신 오지 말아요.”
실레는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무서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여기가 뭔데? 그리고 당신이 뭔데 날 오라마라 하는 거요?”
“여기?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 위대한 화가들의 쉼터죠. 아..물론 아동성애자나 포르노그라피화가들이 올 자린 아니고요. 그리고 난 그런 잡동사니들로부터 여길 지키는 지킴이 황진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