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금이 아니었다.
미카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 보면 회색빛의 시간도둑들이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일하게 하여 남는 시간을 훔쳐가는 얘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더 바빠졌지만 더 행복하지 않다.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무슨 할 일이 그리도 많은지 일 을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집안일은 했는지
안 했는지 표도 안 난다.
가끔 왜 내가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은 눈앞에 일을 하기 위해 다음으로 미룬다.
그래도 이렇게 바쁜 것이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란 것을 대변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바쁜 게 좋다는 말에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그렇게 바쁜 만큼 행복하냐는 의문에 봉착하면 다른 문제가 된다.
분명히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진 것 같은데 정작 그런 풍요로움을 누릴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모처럼 휴일에도 맘이 편하지 않고 일에서 놓여나지 못한다. 마음 편하게
자연을 바라 볼 여유도 없다. 단 하루라도 전화나 찾는 사람 없는 곳에서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고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
한 주일이 가고 한 달도 금방 가고 엊그제 새해가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반년이 지나간다. 일 년이 가는 속도가 마치 무슨 복지단체 어깨띠를
두르고 찾아온 사람들이 파는 질 떨어진 두루마리 휴지처럼 맥없이 풀린다.
정말 누가 내 시간을 훔쳐가는 것 같다.
내 시간을 훔쳐가는 도둑은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
아무리 바쁘게 허덕거리며 살아도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아이들도 청년들도 중년도 노인들도 바쁘다는 말은 하지만
행복하다고 말 하지 않는다.
시간 은 금이라고 자투리 시간도 쪼개서 열심히 일하라고 배웠다. 하루를
놀면 열흘 굶어야 한다는 말은 쉬는 것은 곧 죄악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일해서 잘 사는 사람이 주위에 얼마나 될까? 부지런하기로 하자면
농민들을 따라 갈 사람은 없다. 농민들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자들도 쉬는 시간이 별로 없을 만큼 일에 몰두한다. 사장님은
이미 빛 좋은 개살구가 된지 오래고 직원들보다 쉽지 않다.
물론 무위도식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좋지만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면 나중에 실망할 경우도 있다.
시간도둑들의 세뇌에 넘어가 자신의 존재를 잊고 의미 없이 바쁘게만
살기보다 자신이 왜 사는지 인생의 진정한 의미가 어디에 있고 행복이
무엇인지 머물러 서서 돌아보자.
타인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지갑을 열기도 해야 하겠지만
시간도 아끼지 말고 써야 하지 않을까
도둑이 훔쳐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