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두 얼굴
잠시 한가한 틈에 집에서 가까운 곳을 걸었다.
냉이도 나오고 민들레도 어른 손바닥만큼 자랐다.
쇠별꽃 이파리도 지난 가을 떨어진 나뭇잎 틈에서
파릇한 잎으로 속으로 꽃을 짓고 마늘은 볏짚을 이불처럼
덮고 누워있다.
며칠 전부터 내일은 꼭 가야지 하다 오늘에야 빈 밭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일이 몇 번을 지나갔다.
듣기에 따라 내일이라는 말은 희망적이다.
내일이 있으니까 고단한 오늘을 견딜 수 있고
내일이 오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내일의 숨겨진 얼굴을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내일이 가진 다른 얼굴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악마가 인간을 유혹 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원래 악마는 타락한 천사였는데 하느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자
점점 마음이 비뚤어져 나쁜 짓을 일삼게 되었다. 그런데
인간들은 별다른 능력도 없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사랑을 받으며 사는 게 볼수록 심술이 났다.
어떻게 해서라도 하느님과의 사이를 갈라놓고
악마의 편으로 만들어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하느님을 원망하고 사람들끼리 서로를 저주하며 살게
만들고 싶었다.
첫 번째 의견이 흉년이 들게 해서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자는
악마가 있었으나 인간은 어려울수록 하느님을 찾고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의견은
전염병을 퍼뜨려 병들어 앓다 죽에 하자는 악마도 있었지만
죽음에 앞두고 하느님을 찾으면서 매달려 울고불고 기도하면
마음 약한 하느님의 자비를 입어 천국에 가게 되기 때문에
그건 더 더욱 안 될 말이라고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가장 나이든 악마가 길게 자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인간에게 하느님을 찾지 않게 할 달콤한
유혹이 바로 내일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일 해도
충분하다고 귀에 대고 속삭여라.
씨를 뿌리는 일도, 장작을 패는 것도, 바느질을 하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모두 내일 해도 충분하다고 속삭여라
오늘만 날도 아닌데 내일 해도 충분하다고 얘기해라.
냉장고에 다음에 먹어야지 하다 잊어버린 사과가
주글주글하게 늙은 얼굴로 나를 비웃고 있었다.
이제껏 어김없이 약속을 지키는 계절은 올 해도
미루지 않고 제때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