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래
아주 어쩌다 한 번 듣는
사랑한다는 말에
불쑥불쑥 찾아오는 허기를
단순히 결핍에서 오는 것이라고 하기엔
동의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콘크리트의 그늘에서
꿋꿋이 꽃대를 세우고 늘어선 묵은 파들
그냥 팟종이 섰다든가
뭉뚱그려 팝씨라 불리는 삶에
그러려니 하는 모양이다
시작도 끝도 없이 이어진 가락지가
거슬리기도 하고 맞지 않다는 핑계로 뺐다
마음 스산한 날 다시 끼우면
처음엔 애잔하기도 했지만
잊고 사는 일이 점점 당연하듯
갈수록 짧아지는 봄
그래도 앞앞이 꽃을 물고
한 계절 넉넉히 살아내는 한
새벽녘 개별꽃의 곁을 지키는
송편만큼 남은 달도
이제와 새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