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
봄바람을 타고 선거바람이 슬쩍 다리를 얹는다.
평소에는 인사도 없이 지나던 사람들이 문자를 보내고
한 참 바쁜 시간에 나타나서 어려운 시기에 고생이 많다느니
수고 하신다느니 앞으로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신명을
다 바쳐 열심히 하겠으니 기회를 달라느니 하면서
영혼 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
“왜 있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글쎄,
ㅇㅇ네 집 아들이 어릴 적부터 공부도 잘 하더니 서울 가서
좋은 대학 다니고 군대에서도 훈련 한 번 안 받고 대장 앞에서
펜대만 놀리고 제대해서도 높은 자리에 있다고 했거든
출세하고 잘 산다고 하더니 명절에 집에 올 때도 반짝반짝 하는
좋은 새까만 차타고 왔잖아. 글쎄, 색시도 이쁘게 생기고 애들도
아주 잘 생긴 것들이 꼭 즈 아빠 어릴 적 같더라구...
그러더니 이번에 뭐 도의원 그거 나온다구 허던데, 도의원이면
그거 면장이나 군수보다 높은 거 아니유? 그나저나 그 마누라
영감은 떠났지만 자식 덕에 호강하고 늘그막에 자식 출세하는
것도 보구 얼마나 좋을까?”
“근데 그 옆에 사는, 왜 있잖우. 옛날에 해장국집 하던 마누라.
그 아들도 이번에 군의원 나온다구 허던데 뭘, 근데 그 집은
그 부모 적부터 인심을 얻질 못해서 틀린 거 겉에... 뭐 평상시에
잘 해야지. 그런데 나온다구 급할 때만 굽실대고 아는 척 하면
누가 모르나...”
“난 며칠 전에 조기새끼 튀긴 거 먹었어. 회관에서 누가 줬다고
저녁에 반찬으로 조기새끼 쪼꼬만 거 튀겼는데 별 맛을 없어.
알고 보니 그 사람도 이번에 또 나온데. 벌써 몇 년 했는데 또
나온다구 하는 것 같더라구, 아마 하던 사람 한 번 더 시켜주는 게
났다는 사람도 있고 한 번 해 봤음 다른 사람도 하라구 물러나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하여튼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지 뭐
늙은이가 뭘 알아...”하며 드러눕는다.
대문 소리가 들리며 바튼 기침소리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리며
다른 할머니가 들어오신다. 보리강냉이라며 까만 비닐봉지를
내려놓으시며 한 줌 집어 누워계신 할머니에게 권하신다.
“왜 그 집 아들은 무소식이라며? 어떡허려구 그래 남들처럼 좋은
당을 하나 만나서 해야지 혼자서 뭘 한데?”
모두들 보리 강냉이를 우물거리며 그 할머니한테 눈이 간다.
“그런데 나올 거면 대통령 당으로 들어가던지, 아 그 있잖아
먼저 박대통령 있던 당으로 가던지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무소식으로 어떡허려구.”
“이런 할망구야, 무소식이 뭐야 그럴 땐 무소속이라고 해야
하는 거야. 무소속.” 누웠던 할머니가 몸을 일으키면서 말을
하자 곧바로 받아친다.
“누가 그걸 몰라. 나도 그런 거쯤은 알고 살아. 무소식!”
“그래, 무소식이 희소식이랜다.”
방안은 삽시간에 웃음바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