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의 ERC-20라는 코드를 개발한 사람중에는 Fabian Vogelsteller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또한 decentralized application (DApp) browser인 Mist라는 것을 개발한 사람이죠.
이 사람이 새로운 방식의 ICO를 제안한 것이 있는데, 음... 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한번 읽어봤습니다.
이더리움이 ICO에 많이 이용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ICO프로젝트의 대부분은 ERC-20에 해당하는 토큰이 발행되죠. 그러다보니 ERC-20를 개발한 사람이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볼 필요가 있어서 읽어요.
최근 프라하에서 열린 이더리움컨퍼런스에서 Vogelsteller는 RICO라는 이름이 명명된 새로운 개념을 선보였습니다. Reversible ICO를 줄여서 RICO라고 했죠.
핵심 개념을 한번 보죠. 투자자가 ICO에 참여해서 투자했지만, 개발의 어떠한 시점에서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것이 Reversible ICO, RICO라는 개념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특별 목적의 스마트 계약이 이용된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투자자는 자신이 받은 토큰만 반환하면 어느 시점에서라도 (at any point in time) 투자금을 다시 받을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RICO기간동안에 발행된 토큰은 다시 다른 투자자들에 의해서 구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한 신규사업자들은 공공 토큰판매를 통한 투자금 확보보다는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핵심적 자금확보를 또한 해야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의 의견에 따르면 RICO를 이용하면 ICO에 의한 사기도 방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투자자가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니 ICO를 시작한 업체는 더 열심히 노력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하려 할 것이다...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나도 투자자는 피해를 보지 않는 '손실없는 피해'도 있을 수 있다...라고 했다는군요.
이 사람은 커뮤니티와 프로젝트간의 균형을 회복하는 촉매제로 RICO를 생각한 것이라고 합니다.
일단, 제가 두곳에서 나온 기사를 읽어봤습니다. 하나는 coindesk korea에서 나온 기사와 Cointelegraph에서 나온 기사입니다. ERC-20 Co-Author Proposes New ICO Model to Protect Investors from Fraudulent Token Sales 그리고 “이더리움 토큰에 투자한 돈 회수할 수 있어야”입니다.
좀 헛갈리는게 있어서 coindesk 영어판을 좀 찾아봤는데, 기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제가 헛갈리는 부분은, cointelegraph는 "at any poin in time" 즉, 어느 시점에서라도...라고 되어 있고, coindesk korea에서는 특정시점...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이게 간단한 이야기 같아도 그렇지 않아서 먼저 좀 지적을 해봅니다. 물론, cointelegraph에서 표현한 "at any point in time"이라고 했을 때, 어느 정도의 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내에서 어느 시점에서라도...라고 한다면, 그럭저럭 이해가 갑니다. (그렇다고 옳다는 말은 아닙니다). 또한, 특정시점...이라고 한다면, 그 특정시점이 토큰 발행후 언제를 말하는 것인지 자세히 말해주고 있지 않아서 애매모호합니다. 토큰 발행후 거래시장에 나오기 전을 말하는 것이겠죠?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한다면 ICO나 RICO나 별 차이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거래시장에서 거래되기 이전에 벌써 돌아다니는 코인들을 취급하는 거래소가 있는 것는 것 같던데요...
상장전에 토큰이 거래되는 것을 완전히 막지 않는 한, 일단 토큰이 개발자들의 손을 떠나는 순간, 요동을 칩니다. 그런데, 이 요동치는 가격을 정지시켜놓고 반환을 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라는 말인지, 아니면, 토큰이 발행된 후 가격의 변동이 있다면, 변동된 가격에 따라 반환된 토큰의 가치만큼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모호하긴 합니다만, 후자라면 ICO 이후 발행된 토큰가격의 변동성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볼 수도 있잖아요. 토큰 발행후, 바람잡이를 뿌려서 언론에 빵빵 터트리고, 그에 따라 상장도 되기 전에 토큰 값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급락하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잖나요?
예전에 제가 기억하기로는 Tron이 발행되자마자 상장되기도 전부터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쨋거나, 이 한정된 소식만 갖고 보겠습니다. 시점도 문제이긴 하지만, RICO라는 것을 통해서 맺은 스마트 계약이 정말 계약일지에 대한 것도 좀 아리까리하거든요.
일반적으로 계약은 내가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개념의 시작이죠.
현재 스마트 계약을 법정계약으로 보는 추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마트 계약을 통한 투자계약은 계약입니다.
그런데, 투자계약은 사실, 안전한 계약은 아닙니다. 투자계약은 내가 지금 주지만 받는 것은 미래시점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시점이긴 해도 정말로 투자를 받은 자들이 약속한 것을 나에게 전달해 줄지에 대해 확실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투자계약에는 항상 리스크에 대한 표현이 나와있고, 그 리스크를 알면서도 투자할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투자계약은 일반 계약과는 좀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계약이 일단 체결이 되면, 양측은 약속한 바를 이행을 해야죠. 투자자는 돈을, 개발자는 그 돈을 이용하여 약속한 프로젝트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죠. 그래서 결실을 거두면 투자자는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보상을 받고, 결실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면, 투자자는 투자금을 날려도 사실 할 말이 없습니다. 단, 개발자가 정말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고,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 온 힘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게 되면, 대부분 사기라는 오명을 쓰게 되죠.
자....
그런데, RICO라는 것은 좀 애매하네요. 투자라는 것, 자체가 사업성공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인데, 토큰이 발행되고 어느 시점에서라도 토큰을 반환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면, 사실상 개발자는 RICO를 해야할 동기를 얻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투자금이라기 보다, 돈을 빌리고 그것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개발자가 제시해야할 계약서에 '이 계약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습니다...'라는 식의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말이니까, 참 어려운 문제겠죠.
또한 이게 투자'계약'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조건부 계약이라는 것이 있기는 해요. 그런데, 그 조건이라는 것이 명확해야합니다. 실패와 성공, 가능과 불가능함이 명확히 기제되어 있어야 해요. 허나,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성공과 실패가 명확한가요?
아니, 그에 앞서, 계약을 체결할 때, 일반적으로 청약과 승낙으로 서로의 의사를 표현해야하는데, 확정할 수 없는 조건이 들어간 청약과 승낙이 정말 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긴 한지 모르겠네요.
마치 이런 것이죠. "내가 돈을 주겠다. 내일 꿈속에 돼지가 나온다면"....
이런 식이라면, 계약이 될 수 없습니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 돈을 투자하겠다. 하지만, 언제든지 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이게 RICO라는 개념인가요?
그렇다면, 이게 '내일 꿈속에 돼지가 나오면 돈을 주겠다'는 의사표현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제가 ICO에 대해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반응을 보였던 사람은 아닙니다. ICO 만큼 일반인이 특수계층들에게만 주어지는 지위를 동일하게 얻어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사실 별로 많지 않습니다. 상당히 모든 이에게 공평한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었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리고 ICO를 상당히 좋게 봤죠.
초기 ICO는 지금처럼 이렇게 중구난방에 어중이 떠중이식은 아닌 것으로 기억해요. 그런데, 2017년 중반을 지나 2018년에 들어오면서 안좋은 일이 많아졌죠. 그러다보니 투자자를 보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졌습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ICO에 대해서 규제의 목소리를 높였죠.
그래서, RICO라는 개념이 나온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계약'이라는 정의(definition)자체를 흔들어버리는 스마트 계약이라는 것이 RICO라는 형식으로 나왔을 때, 법정다툼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요. 그렇게 된다면 이러한 조항을 넣은 스마트 "계약"을 정말 법적으로 보호해줄지...좀 어렵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RICO라는 개념이 오히려 부작용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사기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해야합니다. 정말 사기를 위해 ICO를 여는 놈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투자자를 보호해야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투자'라는 말 자체 때문에라도 투자자들은 많은 보호를 못받는 것이 사실이고, 심지어 보호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주식에 투자한다. 그리고 언제든지 주식을 팔고 투자금을 회수하겠다.... 이건 말이 됩니다. 그런데, 거래소에서 작성한 계약서를 읽어보세요. 주식투자에 대해서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와 같은 문구가 나옵니다.
우리가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지만, 암호화폐투자에 리스크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습니다. '투자'라는 말의 속성 자체가 그러니까요.
그런데, 사기성 ICO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RICO라는 것을 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의견....흠....RICO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좋겠는데요....
좋은 목적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문제 투성이로 낙인이 찍히고 있는 ICO에 좋은 해결책은 정말 없을지...참..씁쓰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