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를 처음 듣기 시작했을 때 내가 몰던 차는 2001년식 베르나였다. 팟캐스트와 차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모르시는 말씀이다. 팟캐스트 방송을 가장 많이 듣는 시간이 바로 차를 운전할 때이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란? MP3 디지털 포맷으로,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는 라디오 방송 형식의 프로그램. 아이팟의 'pod'과 'broadcast'의 조합에서 비롯된 말. 2005년 중반 애플의 아이튠즈 온라인 스토어가 그들의 사이트에서 수만 개의 팟캐스트를 제공하면서 널리 확산되었다.
-daum백과
팟캐스트 방송 청취의 매력은 관심 있는 분야의 방송을 마음대로 골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점이 라디오와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그리고 쌍방향 소통과 소비자의 선택이 가능한 점은 새로운 방송 트렌드에 적합한 특성이기도 하다. 팟캐스트 방송 청취의 시작은 내 또래 세대의 많은 경우처럼 '나는 꼼수다'였다. 정치 썰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방송이었다.
제18대 대선의 아찔한 결과와 함께 <나꼼수>는 무대 뒤로 퇴장했다. 그 허전한 공백을 메울 팟캐스트 방송은 차고 넘쳤다.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소설가 김중혁이 진행하는 책 소개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 지금은 종료된 <창비 라디오 책다방 시즌1>, 팟캐스트계 조상격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등의 책 소개 및 문학 관련 팟캐스트들을 즐겨 들었다. 지금은 바야흐로 팟캐스트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무엇을 골라 봐야할지 모를 정도로 많아 졌다. 분야도 정치, 문화, 주식, 경제, 성, 예술, 과학 등 없는 게 없다.
팟캐스트 청취에 재미를 붙인 후부터는 운전할 때 음악을 듣는 대신 팟캐스트를 들었다. 여행이나 먼 거리 차를 갖고 가야할 때는 스마트폰이나 mp3 플레이어에 팟캐스트 다운로드 파일을 가득 채우는 것이 중요한 준비 과정이 되었다.
팟캐스트 청취가 내 일상 깊이 들어온 후부터 간절한 소망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차안에서 충분한 볼륨으로 팟캐스트를 듣고 싶다는 거였다. 2001년식 베르나엔 시디플레이어 외에는 다른 매체를 재생할 수 있는 기기가 없었다. 스마트폰 스피커로는 자동차가 시속 60km가 넘어가면 커지는 소음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팟캐스트 청취를 위해 차를 자전거처럼 몰수도 없었고, 그것 때문에 차를 바꿀 수도 없었다.
나는 차 안에 별도의 스피커 장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스피커 장비라고 해봐야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홈+ 마트에 가서 2만원짜리 일반 pc용 USB 스피커 한 세트를 샀다. 그리고 전원 공급을 위해 시거잭에 꽂을 멀티아답터도 구입했다. 설치는 간단했다. 스피커를 미끄럼 방지 고무 패드 위에 놓고 전원 선을 연결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피커 볼륨을 최대치로 올리면 차가 시속 80km로 달릴 때까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웬만한 시내 주행에선 듣는데 무리가 없었다. 가끔 내 차를 타게 된 지인들은 차 앞쪽에 주렁주렁 얽혀 있는 스피커를 보고 뭔가 대단하고 새로운 효과를 일으키는 장치라고 오해하기도 했다. 시속 60km를 극복하기 위한 2만원 어치의 자구책이라는 얘긴 굳이 하지 않았다.
시속 80km 안에서 허락된 청취의 즐거움을 누리는 동안, 구독하는 팟캐스트도 점점 늘어났다. 독서 팟캐스트를 포함해 경제 관련 팟캐스트들, 시사 관련 팟캐스트들. 많은 팟캐스트들이 내 운전 메이트가 되어주었다. Ktx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갈 때도, 일이 있어 들른 낯선 도시 찜질방에서 밤을 보낼 때도, 책과 작가들의 삶과 정치와 경제를 말하는 목소리는 나의 든든한 벗이 되어주었다. 유럽 여행을 가서도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친숙한 목소리들과 함께 했다.
이후에 새 차를 사고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바로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이었다. 이젠 pc용 스피커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블루투스를 켜고 스마트폰과 연결만 해주면 폰에 저장된 파일이 바로 차량 스피커로 출력된다. 차량 스피커로는 시속 100km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차 앞쪽에 열매처럼 매달린 구식기기들이 그립기도하다. 그 기기들을 볼 때마다 거기서 나올 목소리들이 기대되어 가슴이 설렜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는 여전히 내 일상에서 강력한 취미 생활이다.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책을 찾아 읽고, 거기서 논의된 주제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 읽는다. 거기서 알게 된 정보를 주변에 떠벌리고 거기서 알게 된 작가를 눈여겨본다. 언젠가 어떤 게 이 취미를 대체할지 모르겠지만 시속 100km 까지 한계가 확장된 목소리들은 꽤나 오래 나와 함께 할 것이다.
청취 방법
이미 팟캐스트 방송을 청취하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아직 접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청취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안드로이드 휴대폰은 ‘팟빵’, 아이폰은 ‘itunes’ 어플을 설치합니다.
어플을 눌러 팟캐스트를 검색할 때는, 팟캐스트 전체 순위를 참고해도 되고, 분야별 색션을 검색해도 됩니다.
오늘 팟빵의 순위를 보니,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용민 브리핑, 정치신세계가 차례로 1~3위에 랭크되어 있네요. 역시 정치 팟캐스트는 전통의 강호입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김생민이 진행하는 ‘김생민의 영수증’도 방송 목록에 있습니다.
스팀잇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기울이시는 가상화폐에 대한 팟캐스트도 있고, 경제 방송도 있으니 입맛대로 골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원하는 시간에,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건 큰 매력이죠.
들을 만한 문학 관련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 – http://www.podbbang.com/ch/3709
-도서 분야의 부동의 1위였는데, 오늘 보니 2위가 되었네요. 이동진, 김중혁 작가의 환상적인 호흡과 드립이 돋보입니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 http://www.podbbang.com/ch/1749
-책 읽어주는 팟캐스트계의 레전드라 할 수 있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중후한 목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요조 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 – http://www.podbbang.com/ch/11897
-최근에 듣기 시작한 팟캐스트인데, 요조와 장강명 작가의 캐미도 좋고 작가들을 초대해 책에 관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창비 라디오 책다방 시즌 1 – http://www.podbbang.com/ch/5565
-시즌2도 했었지만, 시즌1의 아성을 따라가긴 힘들어 보입니다. 법학자 김두식 선생과 황정은 소설가가 묘한 캐미를 보여줍니다. 주로 작가들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듣고 배울 게 많은 방송입니다.
이상 책 관련 팟캐스트 소개였습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이웃들은 한 번 들어보세요. 빠져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