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쯤 전에 [간호사 이야기] 복직 (덧글 有)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재정상 빠른 복귀를 하려 간호부를 오호를 들쳐 안고 찾아갔으나 지금은 일할 사람들이 많으니 집에서 연락할때까지 기다리라고.. 그러곤 구인광고를 버젓이 하고 있던 병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고 나선 며칠뒤 4/15일부터 일을 해 줄 수 있냐는 총무팀의 전화를 받았다. 오호를 16일부터 어린이집 적응을 시켜야한다고 했더니 넘 갑작스럽게 이야기 해서 미안하다며 복직준빌 잘하라며 전활 마무리 지었었다. 우리 병원 총무팀 과장님은 참 상냥한 분이다. 상냥하게 전활받으니 뜬금 없는 전화라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괜히 총무팀에 있는게 아닌가보다.
젖을 떼고 젖병으로 분유를 줬어야 하나, 젖병을 잘근잘근 물기만 하지 전혀 빨지를 않고, 먹이려고 들이밀면 엉엉 우는 오호를 보니 맘이 약해져서 모유 수유를 계속 하다가 이번주 월요일 부터 맘 독하게 먹고 시작을 했다. 지가 배고프면 먹겠지.. 그리고 위에 누나들이 다 무리 없이 모유수유를 그만 둬서 괜찮겠지... 했던게 오산이었다. (아. 갑자기 경기도 오산이지... 란 이상한 개그가... )
고집이 센건지.. 내가 타이밍을 못 맞춘건지.. 세끼 이유식을 하고 젖병을 물리려고 해도 전혀 먹질 않았다. 그래서 숟가락으로 겨우겨우 조금씩 물과 분유를 먹였다. 그래도 원래 먹어야 하는 양에 턱없이 모자란다. 그러길 3일 정도했다. 아. 복직을 그냥 다시 미룰까? 고민이 됐다.
그런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상냥한 총무과 과장님이셨다.
5/1일에 복직하라고.... 내가 아이들 때문에 상근직을 원했는데 병동으로 가야해서 나이트는 두달 동안은 빼주겠다. 하지만 그 뒤엔 장담할 수 없다. 뭐 그런 말이었다.
상냥하게 말하는 과장님에게
싫어요! 외래로 보내주세요! 안그럼 그만두겠습니다!
라고 말할 순 없었다.
아니 못했다.
내 주장을 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병이 있는지라... 몹쓸병.. 난치병이다.
그러면서 부지불식간에 주장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했다.
두 달 뒤엔 수쌤이랑 이야기 해서 최대한 나이트 적게 하면 괜찮을거야... 상황 봐가면서 나이트 안할 수도 있을것 같애.. 외래에 자리 나면 바로 로테이션 시켜달라 해야지.. 데이/이브닝해도 이래 저래 괜찮을거야..
으이구... 난 이렇게 사는 걸 긍정적으로 산다고 포장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생긴지 얼마 안되는 중소병원치고는 잘 해주는 편이다. 예전에 다니던 대학병원에 아직까지 다니는 친구들의 말 들어보니 육아 휴직하면 눈치도 많이 주고 이래저래 변경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 육아 휴직을 하면 그 해에는 진급에서도 누락된다고 한다.
어쨌든 내가 원하던대로 5월 1일부로 복직을 하게 되었다. 정확히 어느 병동으로 갈지는 간호부에서 따로 전화가 갈꺼라며 전화를 끊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간호부의 전화를 기다리던 중...
오호가 오늘 새벽에 열이 났다. 아마 수분섭취가 잘 안되서 약간의 탈수 증상으로 열이 난 듯 하다. 고열은 아니라 그냥 얼른 젖을 물리고, 아침에도 컨디션이 별로길래, 이유식을 준 뒤 젖을 먹이고 오전잠을 재웠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맘이 짠해져 그냥 복직을 미룰까? 그럼 생활빈 어떻게 하지? 아.. 돈이라도 빌려야하나? 고민을 했다.
이놈의 비트코인은 왜 가격이 떨어져가지고!!! 그렇다고 스팀잇으로 돈을 벌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좀 가즈아~
다행히 오호는 오전잠을 자고 나서 생글생글 웃는다. 이유식을 먹이고 있는데, 간호부장님의 전화가 왔다. 반가우면서도 받기 싫은? 뭐 그런 이상한 기분을 느끼면서 전활 받았다.
원래 있던 병동으로 복직하게 될 것이고, 두달은 데이/이브만, 그 뒤엔 장담 못 한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유니폼 가지고 있던게 맞냐고... 물으신다. 뭐 안맞으면 임부복 입고 다니죠. 그랬더니.. 복직하기 전에 미리 나와서 유니폼 맞는지 보고 안맞으면 새로 맞추라고 하신다. 유니폼이 그리 중헌가? 관리자가 보기엔 보이는게 중요하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우리병원 유니폼을 생각하니... 보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닌거 같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맞췄던 유니폼이 사호 6개월때쯤 맞춘거라.. 뭐 안 맞을 것도 없을 것 같다. 요즘엔 수영도 했으니.. 좀 낫지 않을까? 란 헛된 생각을 해 본다.
복직을 일찍 안 시켜준다고 했을 땐 서운하더니.. 시켜준다고 오라고 하니 하기 싫은건 무슨 마음이란 말인가. 사실 좀 무섭다. 그래.. 그래서 그런가 보다. 무서워서...
지금이야 아이들 보내고 나면 내 시간이 있고 (비록 오호가 있지만 워낙 순해서 혼자 잘 논다.) 스팀잇에서 글쓰고, 댓글놀이하는 시간이 있지만.. 일을 하게 되면 지금만큼의 시간은 없겠지? 이제 사람들이랑 좀 면(?)을 트고 적응도 좀 하고 해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일하면서 육아에 스팀잇까지 하려면 더 부지런해져야 하는데... 무섭다. 게으름을 사랑하는 나로썬 부지런해야하는게 제 무섭다. 막상 하면 다 할 것이지만 하기 전까지가 가장 무섭다.
신랑이 군복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훈련소를 가서 오호를 뱃속에 넣고 나 혼자(물론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주로 혼자) 일하며 네 아이를 볼 생각에 두려움에 떨었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하게 되더라. 괜찮더라...
수영도 시작하기 전엔 무서웠지..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는게 귀찮은것만 빼면 괜찮다.
그래... 이번에도 괜찮을꺼야..
뭐든 시작하기 전까지가 무섭고 두렵지..
늘 그래 왔듯이 시작하면 괜찮을꺼야.. 괜찮을꺼야..라고 계속 나를 달래며 불닭발을 시킨다.
낼 아니 이젠 오늘 아침에 수영가야하는데.. 왠지 가긴 틀린 것 같다.
덧.
늘 신세지고 있는 님이 러브 스토리는 끝난거냐고 물으시길래...
사실.. 1일 하고 슬쩍 끝내려고 했는데.. 뭔가 기다려 주시는것 같아...
연애 시즌을 시작해볼까한다. 복직하기 전에 써야지...
횩횩님 혹시 기다리신 게 아니라면 말해 주십시오. 안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