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소설로 독립출판을 해보자.
하~~~
인디자인은???
표지 디자인은?
일단 10년 정도 거래한 거래처에, 회사일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독립출판을 해보려고 한다며 견적을 받았다. A5 사이즈에 겉지는 200아트지, 내지는 80미색, 표지는 단면 칼라에 코팅을 하며 책날개는 없이, 속지는 1도 200쪽. 이런 조건으로 500부 제본까지 해서 112만원이 나왔다. 배달료 포함. 권당 만원에 팔면 112권을 초과해야만 수익이다. 완판 한다면 대충 4배 수익. 와우~~~ 스팀 2천원이 8천원 가는 것보다는 쉬워 보였다. 하지만 어떻게 500권을 판단 말인가. 아무리 잘 팔아야 100권도 못 팔 것 같고, 나머지 400여권은 집에 모셔놔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집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400여권의 책을 보면 슬퍼질 것도 같고 화날 것도 같고 나는 왜 졸필일까 자책할 것도 같아서 독립출판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계속 고민중이다.
그러다가 인디자인으로 편집을 시도해봤다. 맡기면 100여만원 든다고 해서 직접 하기로 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32쪽 정도 되는 설명서는 자주 만들던 터라, 그림도 없는 글자 뿐인 200페이지 정도야 내가 해서 100만원 아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헐... 일러스트레이터랑 비슷해 보이는데 도저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구글링 해가며 이것도 눌러보고 저것도 눌러보다가 닫아버렸다. 에잇. 인디자인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서 한두 시간이라도 특강을 받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내가 일러스트레이터를 할 줄 아는 이유는 회사에 디자이너가 없어서다. 원랜 있었다. 그런데 디자이너가 바뀔 때마다 공백이 생겼고 어쩌다 보니 디자이너 일은 내 일이 돼버렸다. 난 3D CAD Creo(크레오 또는 프로이)로 설계를 하는 사람인데 신기하게도 일러스트레이터를 금방 배웠다. 오토캐드랑 좀 비슷한 느낌이라 그랬는지 그냥 구글링 하며 배웠다. 그렇게 배운 일러스트레이터로 설명서도 만들고 기프트박스도 만들었다. 기프트박스에 넣을 제품사진 누끼도 구글링 일주일 넘게 해가며 배웠다. 나 왜 이렇게 천재일까 싶어 포토샵도 도전했으나, 천재는 무슨 천재. 포토샵은 도저히 모르겠더라. 구글링 돌려서 공부해도 실력이 전혀 늘지 않았다. 아~~~ 말이 새버렸네. 암튼, 인디자인을 배워야겠다. 편집비를 아껴야 하니까. 내가 직접 편집해야짓. 하지만 표지는 자신이 없다. 난 똥손이라 그림은 전혀 못 그린다. 포토샵을 배워도 못 다루는 것과 비슷한 이유인 것 같다. 그냥 민음사 세계문학시리즈나 문학동네 세계문학시리즈처럼 표지를 대충(?) 할까도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면 돈이 안 드니까. 하하하. 그러나 퀄리티는 떨어지겠지. ㅠㅠ
그런데,,, 편집을 다 하고 나면,,, 정말 책을 내고 싶어질까? 500권 팔 자신이 생길까? 아니아니, 본전이라도 뽑을 112권은 팔 수 있을까? 정말 책을 내고 싶어질지는 편집을 끝내고 두고 볼 참이다. 근데 집에 500권 쌓아둘 공간은 있으려나...
친분이 있는 출판사 대표님께 자문을 구했다. 기왕 낼 거면 사업자 등록 하고 바코드도 찍어서 내라고 하셨다. 그래야 예스나 교보에 뿌릴 수 있으니. 하~~~ 갑자기 일이 커지고 있다. 난 그냥 폭망한 내 소설로 독립출판을 해볼까 했는데 출판사까지 차리게 생겼다. 게다가 편집디자인도 하게 생겼고 집을 창고로 써야 할 지경에 이르게도 생겼다. '독립출판 해볼까'로 시작한 씨앗이 나무가 되려고 한다. 헐~~~ 아무래도 뭔가 사고를 치고 있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졸필은 여러가지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