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말장난을 좀 해 보았습니다. 원래 님의 글을 읽기 위해 스팀잇을 가입하고 해설 덧글을 달기 시작했는데, 어느 새 각종 수식어가 붙어버렸습니다. 어설픈 개발자가 이런 과찬을 받으니 부끄러울 뿐입니다. 사실, 이런 글을 저희 게임 기획자와 개발자가 섞인 팟캐스트 진행 톡방에 올리면 "이런거 그냥 우리끼리 이 톡방에서 하는 말이잖아" 라고 이야기 합니다. 수줍고요. 부끄럽네요.
현명하다고들 해 주시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바닥부터 하나씩 의심을 해 나가면서 든 생각들을 정리해서 쓰는 것이며, 저도 여러분들과 같이 실패를 통해 배우는 범인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현자도, 범인도, 바보도 앞을 바라보지만 뒤를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우리 모두 미래에 올 사건을 보며 과거에 있었던 다양한 사건을 복기하면 앞으로 나아갈 길이 어렴풋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해 봅니다.
오늘은 오는 18일로 확정된 시카고 선물 거래소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 대해 생각을 좀 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CME와 NASDAQ(나스닥) 선물 거래 종목으로 BTC가 선정되었다는 것은, 빅 그룹에 소속되기 때문에 더 큰 돈이 '비트코인(BTC*)'으로만 유입될 것이라는거죠.
- 향후 대부분의 암호화폐를 약어로 표시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운영주체라는 점에서 딱 티가 나는 비트코인 캐시(BCH)를 제외한다면 수많은 알트코인들이 낙수효과를 볼 수 있을... 수는 당연히 없겠죠. 다만 ETF 자체가 형성될 가능성은 있기에, 형성된다면 알트코인들 사이에서 피나는 경쟁이 일어나리라 봅니다. 썩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일어나지 않아도, 일어나도 알트코인은 어느정도 피를 흘리리라 봅니다.
그래서 저는 단기적으로 크게 살아남을 알트코인은 현 시점에선 모든 기술적인 면을 배제하고 BCH, LTC, DASH, Ripple 정도밖에 없지 않나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Qtum이나 ADA, ETH처럼 독자적인 플랫폼을 가진 코인들은 제외합니다. 이들은 기술로 활용되겠지요. (아 물론 그렇다고 리플이 확 비싸질거라곤 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현재 암호화폐는 크게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고 봅니다. 하나는 순수한 블록체인의 가치 저장, 하나는 플랫폼이자 프레임워크로서의 기능으로요.
뭐 기술적인 - 어렵고 지루한 - 이야기는 추후 천천히 할 기회가 생길거고, 당장 눈 앞에 있을 CME 선물 상장이 BTC와 알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부터 한번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건 (현물) BTC의 가격이 안정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5천개 드랍됐다고 하루에 10~20%가 토막나는 일은 생기지 않겠지요. 단, 선물 시세는 미친듯 널뛰기를 할 것입니다. 머니게임의 본 무대가 BTC를 떠나 선물 옵션거래 시장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그러나, 영향을 아주 주지 않는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특히나 손으로 잡히는 실체가 없기에 시장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미묘한' 자산인 BTC는 지난 IRS 사건 후 연쇄 마진 콜에 영향받아 이틀간 골골댔던 것처럼 선물 시장의 충격에 영향을 다른 자산보다 크게 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BTC에 직접 투자 한 우리같은 개미 입장에서야, 분기 단위로 보았을 때 점진적으로 부를 빨아들이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에 돈을 번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실제 IB들이 개입하면 우리는 그저 카지노 구석에서 슬롯머신이나 하고 있는 곁다리 손님이고, 대형 옵션 거래자들이 진짜 바카라판에서 돈을 쓸어담는 빅 게이머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이 부분에서 약간 우려가 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분명, BTC 시장으로 자본은 들어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자본은 일정 이상 유입된 후, 선물 시장 내에서 자체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생각보다 단기적(1-3달)으로는 CME를 통한 자금 수혈이 그렇게 티가 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 무서운 것은, 높아진 가격에 비해 자본 자체는 엉뚱한 데서 돌고 있기 때문에 BTC의 가치 자체가 지금보다 더한 거품 위에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회색 코뿔소 (그레이 리노)를 언급한 바 있는데요. 우지 한이든, 로저 비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IB든 그 누군가 가만히 서 있던 코뿔소에게 똥침을 한방 놓는 순간, 온순해 보였던 코뿔소는 IB건 개미건 국가건 죄다 들이받아 한강 (외 각국에서 대충 유명한 강들)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골 때리는 것은, 이 시장은 가격이 떨어질때도 돈을 버는 풋이라는 제도 때문에, 누군가는 자신을 위해 코뿔소의 엉덩이에 길고 강력한 똥침을 꽂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초단기적으로는 기관들의 선물 자산 확보용 매수세와, 이를 틈탄 롱 포지션 배팅이 숏 포지션이나 수익실현에 비해 압도적인 볼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며칠간은 행복해 지실 수 있을것입니다. 하지만, 팔기 전 까진 내 돈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는 무조건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ETF를 비롯한 다양한 파생상품의 도입입니다. 저는 이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행동.. 전문용어로 꼬라지(-_-)를 봐 왔을때, 그들은 신규 투자자를 예치하기 위해 다양한 파생상품과 헷지 상품, ABS 등을 만들어 왔습니다.
다양한 국가, 기관, 개인이 많은 돈을 새로운 붐이 이는 곳에 투자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제로 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에, 돈은 더더욱 이 시장으로 몰릴것입니다.
실제로 성장률이 바닥을 달리면서, 중국을 제외한 각국에서는 금리와 자국화폐 평가 조절을 통해 최대한 자국(혹은 자 블록) 내수 보호에 모든걸 다 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트럼프나, 아베의, 이명박의 집권 과정에 무엇이 개입했는지를 생각해보시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히 천문학적이라 보일 정도의 수익률이 나온(그리고 날 것으로 보이는) 이 시장은 너무나 군침도는 시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는, 헷지를 위해 만들어진 각종 파생상품들은, 레버리지라는 제도가 있는 한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단 겁니다. 레버리지야 말로 악마가 기획한 최악의 장난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되면, 각종 기금 손실은 고스란히 자국 세금에서 땜질이 되겠죠. 특히나, 연기금같은 핵심 재원이 대규모 펑크가 나는 순간 나타날 재난은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몰빵하진 마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쪽박이 나도 우리가 살 숨구멍은 두 개 이상 뚫어두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BTC(와 다른 알트들)을 생각하는 패러다임 그 자체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막연히 '화폐'라는 개념으로 비트코인을, 암호화폐를 받아들여왔을 것입니다. Github에 있는 코드, 그리고 채굴기, 그리고 블록체인이라는 실체(와 데이터)가 있는 것으로요. 채굴하면 암호화폐를 벌고, 그걸 사면 내가 가지고 있고, 그 사람에겐 현물 화폐가 가니 다 좋다. 이런 윈-윈으로 말이죠.
하지만 빅 마켓에서는, 모든 것은 제로섬 게임이라는 냉혹한 경제원리 속에서 작동할 것입니다. 개미들의 시체로 탑을 쌓은 큰 손들이 나타날 것이며, 이들은 채굴을 통해 언제든 BTC 시장을 지배할 '부'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시장의 트렌드나 컨센서스 조차 부를 사용해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물 안에서 들어오는 하늘만 바라보면 우물에 비가 올지, 가물지를 예측할 수 있었지만, 빅 마켓 편입 이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단순히 볼륨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탐욕이 이 시장을 덮칠 것이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비트코인이 언제까지 살아남을까요?
누구도 이 질문에 대해 쉽게 답변하진 못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시장에 의해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죠. 때로는 현명하고 합리적이지만, 때로는 공포에 휘말려 혼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이기까지 하는 시장 질서에 의해 말입니다.
저는 이 냉혹한 제로섬 게임 속에서, 여기 이 글을 통해 모인 분들이라도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을 보고,
서로를 북돋우며, 한 배를 탄 전우라는 심정으로 같이 나아갔으면 합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한 문화권 속에서, 한 언어를 쓰고, 한 국가에 속한 사람들이니까요.
오늘도 잡설이 길었습니다.
늘 그렇듯,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여러분과 언제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