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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가 미국의 경제를 후드려패면서 늘 이야기 해 온 뇌관이 바로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였습니다. 그런데 당췌 양적완화가 뭐길래 인플레이션 이야기 할 때도, 버블 붕괴 이야기 할 때도, 달러 경제의 부실함을 이야기 할 때도, 심지어는 트럼프 깔 때(?)도 사골국물마냥 계속 튀어나오는건지 슬슬 신경쓰이실 때도 되지 않았나 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FRB는 이율을 꾸준히 올리면서 금융정책의 형태를 QE 이전으로 원상 복구하고자 한다고 살짝 언급한 바 있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자기네들도 QE가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건데, 왜 QE를 했었을까요? 그리고 왜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융정책을 정상화 하지 않고 있는 걸까요?
먼저 양적완화의 개념부터 조금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양적완화는 단순히 정부가 돈을 푸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정부는 금융정책 변경 드라이브를 걸 때 기준금리부터 조절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사람들은 저축을 할 것이고, 대출은 줄어들 것이며, 대출을 통한 과감한 신규 투자 확대, 혹은 고위험 자산 매입보다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택하게 됩니다.
반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요?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 사람들은 자산을 매입하고, 대출의 위험성이 낮으니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하고, 소비도 전체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시장에 돈이 흔해지는거죠. 정부는 금리를 이렇게 조절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조절합니다. 이런 금리 변경이 가져다주는 효과가 눈에 보였기에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시장에 가해지는 급격한 충격을 막기 위해 이런 금리의 조절을 미리 예고하게 되었죠.
박근혜 정부 인사인 이주열 한은 총재의 연임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그런데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이 모든 것을 부셔놓았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꺼지면서 발생한 급격한 시장 위축 심리는 기준금리를 하한선까지,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끌어내리게 했습니다. 문제는 한번 시장을 불신하게 된 투자자들은 "저점 아래에 더 깊은 저점이 있을거야"라고 생각하며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는거죠.
제로(0) 금리로 답이 안나오자 미 연준이 내놓은 것이 바로 양적완화입니다. 생각보다 양적완화의 방법은 간단합니다. 은행에 돈을 주고, 미국 국채와 MBS주택담보부(보증)증권, Mortgage Backed Security, 그리고 패니 메이나 프레디 맥 등 정부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을 구입한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빚)을 정부가 되산다고요? 네. 이상한게 맞습니다. 정부가 10년 만기 100달러 채권을 내놓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율 10%로요. 은행은 정부에 100달러를 주고 채권을 삽니다. 정부는 그 돈으로 각종 예산안을 집행합니다. 그런데 양적완화는 정부가 돈을 발권해서, 이 채권을 은행에서 도로 사오는 거죠. 돈이 허공에서 생겨납니다.
이렇게 되면 미 연준의 자산규모는 증가합니다. 돈을 만들어서 사 온것이긴 하지만, 여하튼 채권이라는 자산이 생긴거잖아요? 자. 머리에 쥐가 날 것 같겠지만 위에서 예를 든 채권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겠습니다. 연준이 채권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시장가로 마구 긁는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채권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오르겠죠.
보통 채권의 금리는 발행 시점에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시와 같은 채권이라면 1년에 1$씩 이자가 생기는 셈입니다. 그런데 연준이 시장에 개입해서 채권 가격이 105$로 올랐습니다. 이렇게 되면 여전히 만기일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 110달러가 주어지겠지만, 기대수익이 10$에서 5$로 줄어들겠죠. 이것을 보고 우리는 국채의 금리가 줄어드는 효과라고 말합니다.
국가 채권을 오래 들고 있어봐야 별 이득이 안 생기니까, 다른쪽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은행은 국채를 처음에 샀을 때보다 비싸게 팔아 더 많은 실탄을 보유했으니, 낮은 이자율 속에서 수익을 얻기 위해서 대출 문턱을 낮추겠지요. 사람들이 돈을 쉽게 빌려서 쓰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돈이 순환하고,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죠. 이것이 양적 완화의 시작이고 끝입니다.
이런 양적 완화가 진행되면, 자산의 가격이 증가합니다. 국채 수익이 줄어들고 예금 이자가 바닥을 쳤기 때문에 무언가 다른데서 수익을 얻어야 하거든요. 이 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면 주식의 가격이 또 오를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양적 완화가 가져다 주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스 효과입니다.
덕분에 한번 크게 가라앉았던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2015년 무렵에는 다시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직전의 최고점에 도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고점을 뚫고 약 1.5배 이상 더 성장했지요.
...그때는 거품이고 지금은 거품이 아닐까요?
문제는 이런 양적완화 정책이 자산 가격 상승과 달러 환율 하락을 불러오긴 했지만,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IMF 자료를 보면 리먼사태 후 그 어떤 국가나 지역도 GDP 대비 실물투자율이 2008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실제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고 셰일 가스등에 대한 투자가 많이 진행되었는데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기업과 가계가 리스크에 대비하여 빚을 갚는 것을 우선시하면서 재무제표를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정말로 경기가 회복되었을 경우에 이렇게 (QE로 인해) 거품이 낀 자산 가격이 유지될 경우, 이는 또 다른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제 성장세를 확인하자 마자 서둘러 QE를 중단하는 이유입니다.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실업률의 저하입니다. 실업률이 내려가면 좋은것 아닌가?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국가는 적당한 실업이 있는 것을 선호합니다.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까울 경우, 노동 시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합니다. 노동 시장의 수요 증가는 임금 상승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물론 2018년 2월까지의 미국을 잘 살펴보면 이런 수요 공급의 법칙을 휴지통으로 집어던진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임금 상승은 둔화되어 있고 물가 상승 역시 억제되어 있습니다. 연준은 국채 매집을 멈췄고,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 같은 자산시장은 꾸준히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시장이 QE발 거품에 중독되어서, 그 고점으로 회귀하는걸까요?
연준은 처음에는 신기해 하면서도 이런 '골디락스 경제' 기조를 틈타 급격한 테이퍼링양적 완화의 축소, Tapering을 실시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일이 터진거죠. 지난 3월 2일 발표된 미국의 일자리 증가와 (비농업 부문) 임금 상승률은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습니다.
임금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인해 다우지수는 급락했고, 10년만기 미국 국채의 가격은 3%에 가까워질 정도로 크게 올랐습니다. 이 현상이 테이퍼링으로 인해 발생한 피드백인지, 혹은 재닛 엘런 전 FRB 의장이 기다렸던 의도된 임금 상승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실제 이런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블룸버그는 '또 다른 금융위기의 시작'이라는 견해와 '증시 재상승을 위한 조정'이라는 견해를 동시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대담한 감세정책과 인프라 투자 확대,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이라는 성과를 낸다면 장기금리 인상에 정당성이 부여되겠습니다만,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은 오히려 좀 다르죠. 과도한 보호무역은 의도치 않은 달러화 가치 상승을 가져올 수 있기에 행정부가 주장하는 약달러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렇기에 저는 트럼프의 이런 '무역 압박'이라는 카드를 오랄질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지 않는 것입니다. 무기 판매라던가 해외의 직접 투자같은 콩고물을 좀 받아먹기 위한 하드볼이라고 보는거죠. FRB 새 의장인 제롬 파월 역시 친 트럼프 인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FRB와 백악관의 팀워크는 꾸준한 테이퍼링과 조정을 만들어 낼 가능성에 무게를 더 실을 수 있습니다.
동계 올림픽에서 '팀워크'하면 바로 떠오르는 종목이 봅슬레이죠
이런 미국의 액션이 BTC 시장에 어떻게 개입할까요? 저는 꾸준히 BTC 시장의 상승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이라는 카드와 제롬의 액션은 앞으로 꾸준히 테이퍼링을 이어갈 것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경기 침체 대신 저는 암호화폐가 메이저 시장에 편입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새로운, 그리고 더 큰 버블을 일으킬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버블은 근시일 내에 터질 버블이라고 봅니다. 2018년, 주요 IB들의 참전을 시작으로 서브프라임때 미처 다 터지지 않았던 열기와 자금은 월스트리트의 메이저들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될 것입니다. 그 버블이 언제 터질지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미국 금융시장 내에 남아있는 실물 경제와의 괴리라는 위험성으로 인해 몇 차례의 경착륙을 겪으리라 봅니다. 그때가 되면 또 "코인판 망하나요?"란 말이 나오겠죠.
그러한 진통 속에서 닷컴 버블에서 살아남았던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이, 암호화폐 중에서 진짜 옥이 가려질 것으로 봅니다. 그 옥이 무엇이 될지 우리는 지금 당장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백서를 보고, 로드맵을 보고, 개발진과 소통하며, 커뮤니티에서 지지받고, 블락체인을 기반으로 큰 생태계가 자라날 수 있는 '진짜 암호화폐'를 우리는 앞으로 하나 하나 찾아가면서 골라야겠지요.
그 선택의 과정에, 그 여로에 우리는 함께 서 있습니다.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길을 함께 걷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내딛는 발은 무겁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숲 속은 무섭기만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함께 해야 합니다. 손을 맞잡고 서로 같이 정보를 모으고, 공포에 지지 않도록 서로를 도닥여줘야 할 것입니다. 먼 길을 지나 언젠가 그 여정의 끝에 다다르면, 우리는 웃으며 떠나갔던 것 처럼 미소를 띄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할 그 날이 올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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