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법(書法)에서 기본이 되는 것이 중봉(中鋒)이다. 먼저 봉은 붓의 끝부분을 가리키고 중봉이란 획을 쓰면서 붓 끝을 획의 가운데로 오게 하여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중봉을 유지하는 것은 획을 쓰는데에 있어서 가장 쉽고 편한 길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 붓이 꼬여있지 않고 가고자 하는 방향 그대로 붓이 나아갈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청대(淸代) 달중광이 지은 서예이론서 서벌(書筏)에서는
중봉을 운용할 수 있으면 퇴필로도 획을 둥글게 할 수 있고, 중봉을 하지 못하면 좋은 붓으로도 졸렬한 글씨를 쓰게 되니 글씨의 좋고 나쁨은 바로 중봉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라고 하였다. 그만큼 서법에서 중봉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퇴필(退筆)이란 끝이 닳아서 못 쓰게 된 붓을 말한다. 퇴필은 다른 의미로 말년의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글씨를 말하기도 한다.
붓의 진행 방향이 일정하면 중봉을 유지하기가 쉽다. 문제는 붓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 이다. 기초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중봉을 잘 하다가 방향을 틀려고 붓 자체를 돌리기도 하고 중봉이 아님에도 그대로 글씨를 쓰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붓을 잡는 자세에 대하여 지켜야 할 법칙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는 것이고 후자는 편봉(偏鋒)이라고 하여 붓 끝이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로 글씨를 쓰는 것이다. 편봉은 붓을 망치게 되는 지름길이며 작품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활용하는 기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획의 방향을 바꿀 때 마다 중봉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인데 이것은 붓의 특징을 이용함으로써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붓을 누르고 떼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오려는 탄력이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여 획의 방향을 바꾸기 전에 붓을 가지런히 모으고 방향을 틀면 된다. 붓이 지면에 닿아있을때 지면을 누르고 반대방향으로 힘을 주면 붓이 종이에 닿은 상태 그대로 윗부분만 들리게 된다.(나는 이것을 일상에서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뜰때의 움직임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또는 삽으로 흙을 팔 때의 움직임.) 이 상태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들려있던 붓 면이 그대로 지면에 닿게 되고 다시 붓의 탄력을 이용하면 중봉을 유지하면서 나아갈 수 있게 된다.(말은 쉽다.)
따라서 글씨를 쓸 때 항상 중봉에 유의하는 습관을 들이면 다른 서체(書體)를 쓸 때에도 응용할 수 있으며 획의 변화를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