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일과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니 지하철이 끊겨 버려서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는 콜이 없어서 속상하다는 식으로 말한다.
카카오 때문인지 물어보니 질문과 무관한 얘기를 한다.
그렇게 시작된 기사의 혼잣말이 한참 동안 계속 된다.
내가 듣던지 말던지 계속 얘기한다.
이어폰을 꺼낼 준비를 하다가 택시 기사가 자기가 시인이며 시집을 출판한 적이 있다고 얘기하는 대목에서 이어폰을 집어 넣는다.
호기심이 도져서 이름이 뭐고 시집 제목이 무어냐고 물어본다.
구글에 검색해 보니 진짜 검색이 된다.
유명 연예인이 자기 시를 인용해서 JTBC에 자기 시가 나온 적도 있다고 말한다.
의심의 눈초리로 구글 검색을 해보니 진짜 맞다.
내가 듣던 말던 혼잣말 신나게 하시는 거 보면서 말을 섞지 말아야 할 자기중심적인 캐릭터라 여겼는데, 이 때부터 좀 다르게 보인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와~ 대단하시네요', '멋지시네요' 추임새를 넣어주니 어깨가 올라가신다. ㅎ
자기가 원래 지방에서 유명한 식당 사장이었다는 얘기도 곁들이신다.
유명한 식당 사장인데 왜 서울까지 올라와서 회사 택시를 몰고 계실까.. 호기심이 도진다.
이 사람은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택시 기사의 얘기를 들으며 한켠으로는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택시가 도착지를 한참 벗어나 있음을 확인했다.
7000원이면 끊을 거리를 구천 얼마가 나왔다.
순간 짜증이 밀려왔지만 택시 기사의 꿈을 응원하고 싶기도 했다. 택시 일 하면서도 꾸준히 자기 시를 쓰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안 좋은 감정보다 좋은 감정이 커서 약간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띠며 택시를 내렸다.
집에 와서 와이프 앞에서 택시 기사의 시를 읽는다.
내가 감성이 메말라서인가.. 좀 오글거리기도 하고 그렇다.
사람은 역시 알 수가 없구나.. 나의 판단과 시에서 묻어나는 택시 기사의 주관적인 내적 경험은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거리보다도 멀어보였다.
사람은 역시 알 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