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스팀시티의 길고 긴 대장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스팀시티는 공식적으로 여름 방학에 들어갔지만, 방학 중에 제가 하는 일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님이 미니스트릿으로 오프라인의 첫 스타트를 끊어주셨으니, 이제 온라인 팀이 달릴 때인 것 같습니다.
그냥 달리면 될텐데, 신발끈을 묶으면서 불현듯 고민이 들기는 했습니다. 나는 왜 스팀시티와 함께 하는가. 모이또 팀이 오랜기간 개발해왔던 핵심 기술은 여러 블록체인에서 바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장 EOS 위에서 동일한 형태의 지갑 앱과 디앱 브라우저를 만드는 게 사업성만 놓고 보면 맞는 판단이기도 합니다. EOS와 스팀은 현재 상당한 규모의 차이가 있으니까요. 일례로 EOS의 증인(BP)들은 대부분 상당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국내 증인 팀인 체인파트너스도 100억 이상 투자를 받은 팀이구요. 벌써부터 EOS 증인들의 노드는 공격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 공격이 강해질수록 EOS의 규모와 펀더멘탈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 반해 스팀은 규모가 작습니다. 증인분들도 기업보다는 개인인 경우가 많고, 본업이 증인이 아닌, 즉 투잡인 경우도 있습니다. EOS 증인들은 회사의 명운을 걸고 뛰어들고 있는데, 스팀은 그에 비해 좀더 목가적인 분위기라고 할까요? 스팀시티의 온라인 총수 이전에 30억 이상을 투자받아서 기술을 개발해왔던 회사의 대표로서 스팀시티와 함께 가겠다는 제 판단이 맞는지 100% 확신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요.
그렇다면 저는 왜 스팀을 택했을까요? EOS 대비 스팀의 핵심적인 장점은 컨텐츠와 커뮤니티입니다. 커뮤니티와 결합된 암호화폐 기반의 컨텐츠 유통 플랫폼. 그 비전 하나만으로도 제가 스팀을 선택한 이유를 전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OS 위에서도 비슷한 컨텐츠 플랫폼들이 나오겠지만, 플랫폼에서의 선점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요소입니다. 누가 뭐래도 컨텐츠 블록체인의 원조는 스팀이니까요. 컨텐츠와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는 서비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모이또 팀이 스팀에 올인해보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컨텐츠를 다루는 일은 모이또 팀이 날마다 해왔던 일이니까요.
물론 여기에는 사업성을 떠난 제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는 시나리오 작가셨습니다. 지병을 얻기 전이었던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 초반까지 반짝 활동을 하셨는데, 이 중 가장 유명한 영화는 구봉서, 서영춘, 송해, 김창숙 등의 내노라하는 배우가 출연했던 <운수대통 일보직전>입니다. 몇몇 기사를 보면 당시로서는 꽤 크게 흥행을 했던, 소위 말하는 대박 영화였다고 하네요.
어릴 적 경험했던, 희뿌연 담배연기 속에 놓여져 있던 원고지에 대한 기억은 컴퓨터를 전공한 아들의 깊은 곳에서 여전히 역동을 하고 있나 봅니다. 스팀방송국의 총수를 찾는다던 마법사 님의 포스트를 보고, 수줍음 많은 소심한 성격의 제가 큰 용기를 내어 선뜻 댓글을 달 수 있었던 까닭이 내면의 역동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스팀시티의 미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냥 행복합니다.
유쾌하게, 호기롭게, 그리고 거침없이.
Everything or Nothing? 이건 님이 저에게 내민 선택지입니다. 허, 이 양반은 언제나 이렇게 극단적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스팀방송국 총수 구인 글에 댓글을 달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 댓글을 달까말까 고민하던 그 시간에 이미 결론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 뒤, 스팀방송국이 스팀시티로 비전을 확대할 때, 그 대답은 더 확고해졌습니다. 모이또 팀은 이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건 Everything 이상일 것입니다.
이번 미니스트릿 행사를 두고 여러가지 뒷말들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스팀시티를 추진하는 사람들을 '정신병자'나 '사기꾼'으로 단정짓는 뒷말도 전해들었습니다. 저야 뭐, 그 정도 말들에 멘탈이 무너질리야 없지만, 오프라인 총수인 라라님이 걱정된 건 사실입니다. 매우 훌륭하게 일을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비판이 아닌, 그저 속내가 뻔히 들여다 보이는 거친 공격 앞에 혹여 크게 맘이 다치지는 않을까 싶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라라님의 멘탈도 그리 약하지 않더라구요. 안심했습니다. 아무런 기반도 없었던 인도의 라다크에서 그것도 2년 연속 멋진 카페를 차려서 운영하던 분을 괜시리 걱정했나 봅니다.
요새 저는 어떻게 하면 외부의 좋은 컨텐츠를 스팀 안에서 유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이또의 <보팅하면 무료> 스킬을 이용하여 양질의 컨텐츠를 스팀파워만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여러 파트너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이또 팀의 컨텐츠 파트너십은 생각보다 폭이 넓습니다. 모이또 팀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여 스팀과 외부세계를 연결하고, 그 연결 속에서 스팀시티라는 큰 비전을 실행해 나갈 것입니다.
유쾌하고, 호기롭고, 거침없이.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 가겠습니다. 이왕에 길을 떠난 마당에, 인상쓰기 보다는 유쾌하게 달려가면 좋지 않겠습니까. 저희를 신뢰해주시고 지켜봐주시는 한 분, 한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