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만 봐도 여자애들이 훨씬 별 거 아닌 거에 민감하고 이미 사과 한 옛날 일 끄집어내서 사람 무안하게 하고... 그렇잖아 솔직히. 이거는 편견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라고 보는데.
ㅇㅇ 맞아. 네 말이 맞아. 여자애들이 남자친구랑 싸우면 좀 예민하고 몇 달 전 일까지 다 끄집어내서 사람 개 무안하게 만들지. 하여튼 피곤하지 아주?
너 갑자기 왜 그래? ㄷㄷ
뭐가?
페미 짓 그만 둠?
00아, 너 니 전여친이랑 게임 문제로 싸웠을 때 어땠는지 기억 나?
응 기억 하지.
너 걔가 너 보러 피시방까지 찾아갔는데 너는 걔 얼굴도 안 쳐다보고 게임만 하고 있었지?
아니 그 일은 사과한거 너도 알잖아. 나도 걔한테 엄청 빌면서 사과 했어.
나는 너가 사과 안 했다고 말한 적 없어.
00아, 니 전여친이 그 문제로 나한테 와서 상담했던 게 세 번이야. 너는 같은 짓을 세 번 반복했던거야. 이해해?
아니 그래 내가 잘못 했어. 근데 사과했는데 또 예전 일 꺼내는 건 아니지 않냐고.
00아, 니가 말 해 놓고도 띠용스럽지 않아?
사과는 주는 게 아니라 받는거야. 니 전여친이 니 그 성의 없는 사과 왜 받아줬을 것 같아?
너를 진심으로 용서해서? 아냐. 네 사과가 진정성이 느껴져서? 아냐.
니가 그냥 좋아서 그랬던거야. 자기가 한 발짝 물러서지 않으면 관계가 나빠질까 봐 그랬던 거야. 근데 너는 같은 짓을 3번 하고 심지어 그 세 번 모두 대충 사과했잖아.
사과는 원래 내가 이런 짓을 했고 이런 면에서 잘못했음을 느끼고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 할 것이다, 미안하다가 들어가야 하는데 너 어떻게 했어? 미안 내가 진짜 미안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 하고 세 번 끝냈지?
아니 그렇긴 한데-
말 끊지 마. 근데 그래 놓고 너 지금 여자애들이 예민하다고 하고 있지? 한참 예전 일 갖다가 사람 무안 준다고 했지? 너 근데 그 한참 예전 일들 반성은 해본 적 없지?
휴, 됐다. 페미랑 무슨 말을 하겠냐. 너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너 왜 그렇게 예민해? vs 오빤 항상 그래.
흔히 멜로 드라마나 만화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대목인데, 나는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참 띠용스럽다. 정상적인 공감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회 구조를 보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여성들을 두고 예민하다, 쓸 데 없이 감정적이다-고 할 수 없거든.
위 대화문은 실제 내가 한국 남성인 친구와 했던 것이다. 저 친구를 고2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2년 반 정도 친하게 지내다가 몇 달 전에 저 대화를 끝으로 영영 안녕을 고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사회가, 남성 중심의 문화가 여성들에게 얌전할 것을 요구했다.
여성들은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참고, 자기가 한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를 항상 생각하며 말 몇 마디 뱉는 때 조차도 스스로를 검열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괜히 예민해 보이는 것이다.
여성은 참고 또 참고, 또 또 참다가 고민 끝에 화를 낸다. 그래서 돌아오는 대답은
"왜 이제 와서 그래."
"그게 싫었으면 바로 바로 말 했으면 됐잖아."
한 술 더 떠보자.
여성이 남성에게 이러이러한 게 마음에 안들어- 하고 화를 냈고, 남성은 이에 대해 사과 했지만 후에 그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그래서 여성이 화를 냈다.
"너 저번에도 같은 문제로 나랑 싸웠었잖아. ~~~했던거 기억 안 나?"
그래서 돌아온 대답은
"아니 그건 다 예전 일이잖아. 사과도 했잖아. 왜 그래?"
덧 1. 또 글 요지를 잘못 파악하고 "남자도 상대방 기분 생각하면서 말하려 하거든요?!" / "진짜 개 땡깡부리는 여자도 있거든요!?!?!" 이런 말 할거면 진지하게 자신이 실질적 문맹이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위니 지금 왕 진지함.
덧 2. 굳이 "오빤 항상 그래." 라고 한 이유는 상황을 더 실감나게 표현하고 싶었을 뿐.
덧 3. 이참에 내가 지금까지 한국 남성 친구들과 했던 젠더 문제 대화를 올리는 것도 재미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