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창직 연수원에 다녀오면서 있었던 일이다.
창직 수상작 중 암환우 뷰티관리사란 게 있다고 한다.
항암치료로 변한 외모를 아름답게 바꿔주는 직업이고, 직업을 설명하는 그림에는 여성 암환우가 뷰티관리사에게 케어를 받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팀원 중 4학년 언니가 말했다.
"여자는 저런 순간에서까지도 예뻐야 한다는 거야?
듣는 내내 기분이 너무 나빴어."
그리고는 나와 같은 학년인 팀원 두 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비웃음과 어이없음이 섞인 조소였다.
갑분싸 시킬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데 가만히 있었던 것이 참 부끄럽다.
자리에서는 미처 못 다 했던 말들을 하고 싶다.
얘들아, 지금 저 언니가 왜 저렇게 예민하게 구는 건지 이해가 안 되지?
화장도 안 하고 머리도 안 기르고 옷도 대충 입는 언니라서 열등감에 저러는구나 싶지?
그런 게 아니야.
음, 내가 성형을 하고 싶어. 아 하고 싶은 건 아닌데, 그냥 그렇다고 해 보자고.
콧대도 세우고 싶고, 턱도 깎고 싶어.
그냥 혼자서 막연히 생각만 할 수도 있고, 진짜 성형외과 가서 성형도 할 수 있어.
이건 개인적인 거야. 그렇지?
근데 지하철 역에 이런 게 있어.
00성형외과, 최고의 변신 / 수능 끝난 고3 할인 / 자매 할인 ..
이런거 보고 사람들은 한 번 씩은 지나가다가 보고 생각하잖아, 나도 해야 하나-
나 중학생 때엔 성형외과 광고 보면서 내 얼굴이 싫었어. 한참 외모에 민감할 때였으니까. 지금 10대 학생들도 다를 거 없을거야.
얘들아, 한 개인이 혼자서만 생각하는 거랑 타인이나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압박을 주는 거랑은, 그 결과물이 엄연히 달라. 여성 암환우 한 명이 혼자서만 아름다운 모습을 갈망하고, 그래서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하는 건 아주 개인적인 일이야. 그런데 저렇게 암환우의 외모를 바꿔주는 직업이 생기고, 여러 관심을 받는다면 그건 더 이상 개인적인 일이 아니게 되는 거야. 그렇지?
개인적인 일이 아니게 되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내가 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발 맞춰서 줄서지 못하면 그들로부터, 그 사회로부터 도태된 느낌을 받게 되지. 이건 결국 압박으로 작용해서 그 흐름을 따르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리고, 이는 사회의 한 관례가 될 수도 있는 거야. 실제로 성형은 이제 여성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관례가 되었고.
일반 여성에게 씌워지는 외모 코르셋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픈 환자에게도 예쁠 것을 요구하게 되는 그런 사회가 끔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니?
무의식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들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무의식은 천천히 아닌 척 하면서 우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혐오 표현을 하는 순간에 스스로에게 놀란다.
'19금', '병신', 외모 품평 등등.
이 글에도 무의식적인 혐오 표현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덧. 이 글은 굳이 여성주의적 관점이 아니고서도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