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믿음' (작곡: 나원주 작사:이소라)
a)
힘든 가요 내가 짐이 됐나요. 음 마음을 보여줘요.
안된대도 아무 상관 없어요. 내 마음만 알아줘요.
b)
다른 사람 친한 그댈 미워하는
나의 사랑이 모자랐나요. 늘 생각해요.
c)
이것만 기억해요. 우리가 헤어지면
다시는 이런 사랑 또 없을 테니
내게 힘이 되 줘요. 난 기다려요.
그대 난 영원해요.
a')
우는 내가 많이 지겨웠나요. 그래요. 이해해요.
b')
많은 밤이 지나 그대 후회되면
다시 내게로 돌아올테니
다 괜찮아요.
c')
이것만 기억해요. 우리가 헤어지면
다시는 이런 사랑 또 없을 테니
내게 힘이 되 줘요. 난 기다려요.
그댈 난 원해. 그댈 사랑해. 그대 난 영원해요.
삐삐삐삐.. 보라색을 좋아해서 산 모토롤라 삐삐가 울렸다.
누구지? 이시간에?
연락이 오기는 좀 늦은시간. 오늘은 심리 전공 수업이 좀 늦게 있는 날이라서 막 지하철을 타려던 참이었기 때문에에 전화번호가 찍히면 공중전화로 달려 가야하기에. 삐삐는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문자 메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급한 연락이 었으면 전화번호가 찍혔겠지 싶은 마음에 지하철에 올랐다. 낮에 수업을 빼먹고 과대항 농구 시합을 해서 인지 그 날 따라 집에가는 길은 너무 피곤했다. 구석에 서서 눈을 감고 갈아타길 기다리던 나는 깜박 잠이들어 종로 3가를 지나칠뻔하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에 겨우 뛰어 내릴 수 있었다.
큰일 날뻔 했네. 몇시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주머니를 뒤적거려 버튼을 누른 삐삐에는 잠든 새 음성 메세지가 하나 더 와있었다.
음성 메세지가 도착하였습니다.(2)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마친 나는 전화길 들어 내 삐삐 번호를 눌렀다.
음성메모를 확인 하시려면 비밀 번호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1.0.1.7
두개의 메세지가 있습니다.
첫번째 메세지 입니다.
누군가 울고있었다. 아무말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전화를 들고있는 내 눈이 놀라서 동그랗게 커질만큼 누가 울고 있다는 건 확실히 들릴만큼은 울먹이는 소리가 확실히 수화기 넘어로 들려왔다.
선배는 왜 몰라요?
내가 그렇게..........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이정도면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부러 모른 척 하려거든 차라리 말을 해줘요.
선배는 진짜 나빠요....
술을 꽤나 마신 목소리. 말과 말 사이에 술에 힘겨워 하는 한숨 소리가 다음 단어들을 오히려 도드라지게 잘 들리게 해주었다. 누굴까? 목소리를 듣고도 누군지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다면 정말 친하지 않은 사람일텐데. 선배라고 하니 후배인 것 같긴 하지만 학부생이 130명이나 되는 나에겐 한명의 얼굴이 딱 떠오르진 않고 음성은 끝이 났다. 누굴까? 누구지? 다시 듣기로 누가 남긴 메세지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나는 한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혜진이구나.
같은 과였던 혜진이라는 아이는 내성적인 탓인지 말을 나눈 기억이 많이 없어서 목소리를 들어도 바로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내 기억속에서는 그냥 얼굴 만 아는 정도의 후배였다. 한창 대학생활에 미쳐서 동아리 4개 과 소모임 5개를 활동하고 있던 내 일주일의 대학생활 중에서 혜진이라는 후배는 꽤나 많은 곳에서 얼굴을 마주 칠수 있었다. 좋아 하는 것이 비슷한가? 싶을 정도로 영화 보는 모임에서도 얼굴을 마주쳤고, 과애들에게 방송댄스를 가르쳐주는 모임에서도 마주쳤다. 한 두어개 정도의 모임에서 또 얼굴을 마주쳤을때, 의외로 이런걸 좋아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 내성적이고 조용했으며 옷스타일도 활동적이지 않아보이는.... 내가 좋아서 속한 모임에 나오는 것이 의.외.인. 친구였다.
두번째 음성 메세지를 눌렀다. 누르자마자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간주가 흘러나왔다. 이 시절에는 카세트 테이프로 노래를 듣던 시절이라서 누군가의 음성 메세지에 음악을 녹음하려면 아무리 잘 좋게 녹음을 하려고 해도 카세트 테이프를 틀고 그 앞에 전화기를 가져다가 노래가 끝날 때까지 들고 있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노래가 흘러 나왔다. 모르는 노래였다. 이 시절엔 한창 춤동아리에서 공연 준비하고 춤에 미쳐 날 뛰던 때라서 내가 듣는 노래는 대부분 공연 곡인 듀스 노래거나 멋진 춤이 가득 담겨있는 댄스곡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흘러나오는 이소라의 목소리는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이 노래도 혜진이가 보낸거구나.
처음 듣는 노래에다가 이미 첫번째 음성메세지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날 원망하는 소리를 들은 터라 노래 가사나 그 노래가 어떤 의미인지는 생각할 틈이 없었고 이내 내 머리속은 원망을 들어야하는 이유와 이 상황을 어떻게 반응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 날 학교에 가자마자 그 혜진이라는 후배를 찾았다. 동아리 방과 과사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아는 애들에게 수소문 했기때문에 얼마지 않아 우리는 빈 교실에서 단둘이 이야길 할 수있게 되었다.
왜 내가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최대한 좋게 이야기 하려고 마음을 먹는 와중에 혜진이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안해요. 선배. 어제는 제가 친구들이랑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뭐라고 음성을 남겼는지 기억도 잘안나는데.... 제가 선배한테 막 떼를 쓰고 화를 내고 했다고 친구들이 알려줘서 안그래도 선배한테 미안하다고 하려고 찾고 있었어요.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니었구나하는 안도감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혜진이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사실 선배를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동아리든 소모임이든 선배 보려고 다 가입하고 가까이 있고 싶어서 뒷풀이도 가고 늦게 들어가면 집에서 혼나는 데도 제 딴에는 좋아하는 걸 선배가 알아 주겠지 알아주겠지 했는데 다른 친구들이랑만 친해지고 이야기 하고 그런 선배 모습을 보니까. 제가 섭섭하고 원망스럽고 그랬나봐요. 선배는 제가 좋아하는 줄도 몰랐을 텐데..
누군가 날 좋아 한다라... 지금 내앞에서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0.3초정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난 그때 좋아하는 동기가 있었던 터라. 심지어 대부분의 과 사람들이 알정도로 나는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었기에 혜진이의 이 고백은 누군가 날 좋아 해 줘서 기분이 좋다는 생각 보다는 이 고백을 어떻게 잘 상처 받지 않게 마무리 하느냐에 더 집중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마음과 상황을 최대한 정확하고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 고백을 한 혜진에게 할 수 있는 내 최선이리라 라고 어렸던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내 꽤 긴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혜진이는 시작 2분만에 무슨 말인지 이미 알아 챈 눈치였다. 미안하지만 나는 좋아 하는 사람이 있다. 를 끝으로 우리는 서먹하게 그 자를 떠났다.
그때 까지만해도 이소라의 '믿음'이라는 노래는 나에게 아무런 추억도 기억도 없는 노래였다. 잘 알지도 못했고. 시간이 지나 이소라의 프로즈에서 진행자인 이소라씨가 직접 이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노래속의 감정이 자신의 이야기 인듯 눈물을 흘리며 그때 혜진이가 울먹이던 것처럼 노래를 불렀다.
이것만 기억해요.
우리가 헤어지면 다시는 이런 사랑 또 없을테니
내게 힘이 되줘요. 난 기다려요.
그대 난 영원해요.
그 시절 넘치는 에너지로 발라드에 발짜 혹은 느린 노래의 느짜도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 이 노래는 내 연애의 기준 혹은 사랑이라는 것의 환상을 정립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고 지금까지도 내내 애창하고 자주 듣게 되는 혜진이의 고백송이 아닌 내 평생의 최애곡중에 하나로 남게 되었다. 심지어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 그녀에게 부르는 나의 고백송이 되기도 했다는 후문을 슬쩍 남기면서 이 글을 마친다.
(당연히 실명은 아닙니다. 글을 다 읽고 다시 한번 이 노래를 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처음 들을때와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또 들어보실수 있을 겁니다.
음악속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옛 생각을 하게 해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