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걷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평소 걷던 길도 걸음이 가벼워지고 빨라지는 게 느껴질만큼
이젠 정말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사계절 중 가장 따뜻한 계절이 겨울이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음, 다시 말해 따뜻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계절이 겨울이라고요.
마찬가지로 설레는 사랑을 시작했던 여름은 어느 때보다 시원한 계절로 남아있습니다.
감정에 따라 계절의 온도를 느끼는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뇌가 새삼스레 재밌습니다.
봄의 감정
막상 봄이 오니 떠나가는 겨울이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사계절 중 겨울을 가장 좋아합니다.
사실 겨울의 추위가 나의 몸을 더 움츠러들게 한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좋아하던 걷는 걸 하는 것도
힘을 내어 무언가를 지속하기도 어려웠고
그 결과 겨우내 불어난 살에 대한 걱정을 안고 봄을 맞이합니다.
입을 옷이 없어도 패딩으로 꽁꽁 감싸 숨길 수 있던 시절은 가고
산뜻한 봄옷이 필요해지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쇼핑을 즐기지 않는 제게 환절기는 항상 두려운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계절의 시작은, 특히 봄의 시작은 설렙니다.
한층 따뜻해진 날씨도 한 몫 합니다.
동시에 무언가 새로이 다짐을 하고 이에 대한 부담이 벌써 안겨지고 있으니
설렘과 미묘한 감정이 함께 생깁니다.
이번 봄을 맞이하는 감정을 채 정리하지도 못한 찰나에,
우연히 3월이 막 시작될 무렵 읽은 구절입니다.
봄, 쓸쓸한 저쪽
이번 포스팅의 제목은 요새 읽고 있는
신경숙이 95년 서른 세살에 낸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중의 소제목입니다.
마음 속에 산길 하나.
찬란한 봄이 시작되려 할 때, 해가 저물려 할 때, 막 잠에서 깨어나거나 잠들려 할 때,
문득 그 산길이 일어서서 내 마음 속을 쓰윽 빠져나가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순간 허공 속에 내놓여진 듯한 야릇한 불안.
그 불안은 무엇하고라도 밀착되려는 터무니없는 애를 쓰게 만든다.
봄이면 종적을 감추고 싶어진다.
아직도 남아 있는 환상. 찬란한 봄은 찬란한 만큼 그늘을 가지고 있다.
어느 계절보다도 봄날의 공기 속에서 막 잠에서 깨어나거나 잠들려 할 때,
이 세상엔 아무 희망 없이도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상기한다.
삶은 신비로운 수수께끼야, 중얼거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해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기도 한다.
무섭지 않다!
우연한 때에 우연히 접한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봄이 시작되며 읽은 이 구절을 몇 번이나 읽고난 후
이번 봄의 감정을 정리하기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이렇듯 제게 이번 봄은 복잡미묘하지만
2018년의 봄은 어떤 봄으로 기억될지 여전히 기대합니다 :)
加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