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뚜렷한 곳에 산다는 것이 새삼스레 감사해질 때가 있다.
삶의 순간이 계절과 날씨로 기억되는 선물을 받을 때가 그러하다.
계절의 변화에 삶과 마음이 달라짐을 느낄 때면 대자연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신은 모든 창조물에게 계절을 느끼는 공평함을 주셨는데
문득 이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인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를 떠올리니
계절을 느낄 시간을 낸다는 게 괜히 특별해진 듯한 착각이 들어 우습다.
언제부터 계절의 변화에 민감했는가를 생각하며 떠올린 내 봄의 기억이 카나자와인걸 보면
계절에 따라 순간을 기록하기 시작한 건 아마 그를 만나고나서 부터겠지.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내리지만 겨울의 찬 바람이 채 떠나지 못한 오늘과 같은 날씨는 카나자와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의 중부를 돌았던 3월 여행 중 겨울의 마지막을 붙잡고 있던 게로, 다카야마, 시라카와고를 거쳐
봄 기운을 처음 맞닥뜨린 곳이 바로 카나자와였다.
자전거를 타고 겐로쿠엔에 갔다. 일본의 오래된 옛 정원의 특유함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나무들은 똑같이 정돈된 모습으로 정갈하게 서있다.
따뜻한 햇살에 이따금씩 부는 찬 바람과 함께 그 곳을 걸으며 그는 내게 이 조용함과 정갈함이 무섭다고 말했다.
[겐로쿠엔, 일본 카나자와]
아, 그때부터 였나보다. 봄이 오며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이 짧은 시기를 주목하게 된 건.
그 때의 기억과 감정이 뒤섞여
봄의 온도로 날씨가 정돈되는 이 순간 나는 조용한 무서움을 느낀다.
서울대병원에 일이 있어 들렀다 나오니 눈 앞에 창경궁이 보인다.
봄의 햇살을 오롯이 느끼고자 창경궁에 들어섰다.
마침 여행주간이라 입장료는 반값. 500원의 여유를 누리자.
창경궁에 들어서니 옥천교 앞에 해설 가이드 한 분이 서계신다.
우연히 시간이 맞아 나처럼 홀로 온 여자 두 명과 함께 조용히 창경궁을 구석구석 거닐며 이야기를 듣는다.
성종의 효심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궁궐이지만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마당이 있는 곳이자
청에서 8-9년을 잡혀있었던 소현세자가 청에서 접한 넓은 시야와 신문물에 대한 꿈을 품고 조선에 돌아온지 두 달만에 아버지 인조의 외면을 받으며 죽은 곳,
그리고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저주하며 죽은 쥐와 해골가루 등의 흉물을 묻어뒀던 게 발각된 곳이다.
일본은 이 곳을 창경원으로 바꿔 많은 건물을 부수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었다.
조선의 왕들이 백성을 이해하고 모범을 보이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논은
인공연못이 되어 보트를 띄우고 케이블카를 세웠다.
봄이 되어 얼음이 녹은 이 연못에 얼마 전 원앙들이 날아왔다는 얘기를 들어도 이상하게 반갑지만은 않다.
1909년 건축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대온실이 마침 재개방했다.
아름다운 흰색의 대온실을 마주해도 온실 내 꽃을 보고 또 봐도
이미 밀려온 쓸쓸함을 어쩔 수가 없다.
따사로운 햇살에 눈이 부셔 눈을 가늘게 뜨면서도 시린 손은 자꾸만 주머니로 향한다.
아름답지만 쓸쓸하다.
괜히 혼자 온실에서 찍어본 셀카에
오늘의 햇살과 맑은 하늘을 담아보려 했지만 쉽지가 않다.
이렇게 또, 이런 감정이 뒤섞여 오늘의 날씨를 기억한다.
창경궁에 다녀왔습니다-
새순이 돋아난 나뭇가지에 활짝 꽃이 필 4월 쯤 다시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창경궁의 꽃이 피고 단풍에 물든 후원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홀로 여유를 느꼈습니다.
이번 주말엔 친한 친구와 단 둘이 경주의 봄을 느끼고 오려합니다!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고등래퍼봐야징ㅎㅎ
모두 신나는 불금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