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란 제목을 붙였다가 지운다.
운 좋게 천하제일 연재대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참여를 할까 말까 약 10여분 정도 망설였다. '선착순'을 제외하고 특정한 자격 조건이나 제한은 없었지만, 스스로 대회에 참여해도 될 만한 '좋은 글'을 그 기간 동안 연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괜히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아 버리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왜 나는 자신이 없었을까?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기획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 준비가 덜 됐고 성의가 없다고 느꼈다.
내가 가진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다른 이의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노하우도 없다. 무언가를 깊게 파는 덕후도 아닌지라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이야기 같은 건 없다.
아니다. 좀 더 솔직해지자. 애초에 글을 쓰기 위한 플랫폼으로 스팀잇을 선택했다. 쓰고 싶은 욕망은 내 안에 분명 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싶다. 그렇다면 (그게 정확하진 않더라도) 쓰고 싶은 주제가 내 마음속 어딘가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도 왜 이런 좋은 기회를 잡기 망설여졌을까? 그것은 회피하고 싶은 내 마음에 있다. 나는 실제로 내게 좋은 일 혹은 내가 원하고 있는 일을 막 시작하려고 해 볼 때쯤 무의식적으로 도망갈 수 있는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찾곤 했다.
'너무 피곤해. 시간이 없어. 더 준비해야 해. 기분이 좋지 않아. 역시 나는 안 될 것 같아. 이렇게 하느니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냥 포기하면 편하지 않을까? 등등...'
나는 더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가끔씩 나에게 져줄 수야 있겠지만, 내 눈에도 뻔히 보이는 비겁한 변명을 이유로 삶에서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정말 내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거나 막상 해보니 실제로 좋지 않다면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야겠지만 시작도 전에 막연히 두려워 포기하는 행위는 이제 졸업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꼭 '천하제일연재대회'를 통해서만 증명되어야 하는 당위성 같은 건 없다. 이 대회가 내 운명이라는 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내 눈앞에 기회를 두고도 평소 알고리즘에 따라 궤변을 늘어놓으며 한 발 물러서려고 하는 내게 보내는 신호일뿐이다. 운 좋게 기회가 왔고 나를 위해서 두렵지만 잡아보려 한다.
결국 내게 필요한 글을 쓰기로 했다.
무얼 쓸지 꽤 고민했다.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시리즈로 써볼까?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연애사나 연애 관련 에세이를 써볼까? 아니면 '좋아하는 이유 시리즈'를 쓰면 기분도 좋아지고 소재도 다양해서 좀 더 편하게 연재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아.. 그러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무언가 억지로 짜 맞추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솔직하지 않으면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쓸 수가 없다.
편안한 기분으로 잠시 부담감을 지우고 생각해보았다. 요즘 내가 몰두하고 있는 건 뭐지? 내게 필요한 건 뭐지? 그건 내 감정에 대한 고찰이다. 물론 항상 해오던 일이고 지금까지 썼던 글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감정을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하여 하나의 글로 정리해 본 적이 없었다. 다른 때보다 지금의 내겐 그 작업이 필요했다.
생각해보니 늘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글을 썼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솔직하게 쓰고 싶은 만큼만 썼다. 애초에 나를 위한 글이었기에 나 자신만 만족하면 그만이었다. 혹여 누군가 좋아해 주거나 반응해주면 두 배로 기뻤고 무관심하다고 해서 글 쓰는 걸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하던 대로 쓰고 싶은 글을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해서 써내려 가기로 한다.
이렇게 마음의 결정을 하고 나서도 연재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들어왔다. 왜지? 평가받는 게 두려운가? 그렇진 않다. 외면받을 것이 두려운가? 아니다. 다만 다소 공적인(?) 연재 대회에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 써 내려간 글을 출품해도 괜찮을지 스스로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내가 줄 게 없는데도 무언가를 조건 없이 받아도 되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그래. 난 여전히 행운이 부담스러운가 보다. (불행에 익숙한 자)
사실 이 글을 써 내려가면서 지금이라도 참가를 포기한다고 말해볼까란 충동이 든다. 습관은 버리기 힘이 든다.
결국 던진 이상 가는 거다. 내가 가진 능력 이상의 산출물을 갑자기 생산할 수는 없다.
난 항상 그때그때 (다만 독자를 고려하지 않았을 뿐이지) 쓰고 싶은 글을 나의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써왔다. 연재 대회에 참여한다고 갑자기 내 글의 퀄리티가 달라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쟁심도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이런 마음으로 참가해도 될지 모르지만 역시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계속 참여해보려 한다. 다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이거다. 대회에 참여하는 만큼 평소 나를 좋게 봐주시는 이웃뿐만 아니라 나를 잘 모르고 생각이 다른 분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 그렇다고 그 모든 걸 글에 반영할 수 없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듣겠고 불평하지 않겠다.
부담을 담아 내 욕망을 인정하기에 연재 글을 시작한다.
부디 내가 자기만족을 위한 20개의 연재 글을 무사히 써 내려갈 수 있길 기도하며.
쓰고 나니 또 혼자 편안해진다. 자기만족 자기 치유의 목적으로 글을 씁니다.
P.S. 천하제일연제대회를 개최해주시고 스팀잇에 계속 읽고 싶은 글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 늘 노력하고 실천해주시는 키퍼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보팅해주신 것도 늘 감사하고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자기만족의 글이지만 대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즐거운 마음으로 대회를 즐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