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를 좋아한다. 주인공이 길을 가면서 만나는 인연들, 그들로부터 얻는 교훈이나 감동, 고생하는 모습들을 통해 여행하는 느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타노 다케시를 좋아한다. 일본 예능프로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참 좋아한다. 소나티네, 하나비, 피와 뼈에서 보여준 모습도 좋고 기쿠지로의 여름에서 보여준 모습도 좋다.
요즘 날씨가 더워서 여름 느낌이 물씬난다. 계절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좀 줄어들었다. 아침 날씨가 참 좋다. 출근길에 맑은 하늘을 보면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종종 받는다. 그러니 여름+로드무비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다. 당연히 생각나는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image from Naver Movie
일본영화는 대부분 잔잔하다. 영화같지가 않고 일상풍경에 그냥 카메라를 갖다댄 듯한 느낌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 '마사오'는 자기를 버리고 떠난 엄마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일본영화 느낌 그대로 마사오가 느끼는 지루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10여분. 친구들은 모두 가족여행을 떠났고, 같이 사는 할머니는 방학과 관계없이 매일 일을 가야 한다. 혼자서 어딜 가본들 외롭고 심심하기만 한 마사오.
어느날, 충동적으로 마사오는 '엄마찾아 삼만리' 여행길을 떠나고 이웃집의 영~ 모자라보이는 깡패스러운 감독 겸 주연배우 기타노 다케시 아저씨가 우연히 그 길에 동행하게 되고 마사오보다 정신연령이 3살은 더 어릴 것 같은 그 아저씨 덕에 좌충우돌 별의 별 에피소드를 다 겪게 되는 마사오. 온갖 슬랩스틱 코메디와 말장난으로 영화를 가득 채우는 기타노 다케시, 한참 전 스타일의 개그지만 지금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 로드무비가 그렇듯 여행의 끝에는 얻는 것이 있다. 지금 자기 옆에 없는 엄마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얻은 마사오, 마사오 덕에 무언가를 얻은 백수 아저씨. 이번 주말, 어디로 여행을 떠날지 생각해봐야겠다. 영화 전반에 끊임없이 변주되어 깔리는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곡을 들으며 일본의 시골풍경이 가득한 화면을 보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영화 마지막 5분의 감동을 누리려면 다소 밋밋하더라도 화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291?language=en-US
Critic: AAA
영화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291?language=en-US
별점: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