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의 1968년작. 제작 당시 어두운 이야기 때문에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개봉되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다. 당시 문공부 검열관이 주인공 신성일이 머리를 깎고 군대에 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수정하면 검열을 통과시켜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만희가 거절했다. 2005년 한국영상자료원이 발굴해 상영하면서 세상에 다시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휴일>은 빈털터리 남자 허욱(신성일)의 한겨울 어느 일요일 하루를 그린 이야기다. 허욱과 그의 연인 지연(전지연)은 아이 셋 낳아 2층 빨간 양옥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현실은 임신 6개월째인 지연의 임신 중절 수술비는커녕 커피 한잔 마실 여유가 없다. 허욱은 임신 중절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을 차례로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를 당한다. 카메라는 정처 없이 떠도는 허욱의 무기력한 주말 하루를 건조하게 담아낸다. 특히, 자신의 무능력, 여자친구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 친구의 돈과 시계를 훔쳤다가 잡혀 얻어 맞은 상처 등 여러 감정 속에서 허욱이 여자친구와의 행복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영화의 마지막 전철 시퀀스는 무척 쓸쓸하고, 애절하다. 허욱은 “서울, 남산, 전차, 술집 주인 아저씨, 하숙집 아줌마, 일요일 그리고 모든 것, 난 다 사랑하고 있지”라고 말하지만, 허세 가득한 이 남자가 발 붙일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김성훈
*<휴일> : https://www.themoviedb.org/movie/267874-hyuil?language=en-US
*평점 :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