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마도 이런 요소들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요.
서로 따로 또 같이 존재하는 사람들
의도하지 않은 채로 존재하는 소리들의 잔향
그리고 그 모든 존재들을 아우르는 커피 향
얼마 전 다녀온 카페 ‘사직커피’ 에는 여기에 한 가지 특별한 것이 더 있었습니다.
터.널.뷰.
사실 크게 기대하고 간 곳은 아니었습니다. 해변뷰도 아니고, 스카이뷰도 아니고 터널뷰라니. 그것도 달랑 왕복 4차선 도로위에 시작될라치면 끝나는 짧디 짧은 사직터널을 바라보게 되어 있는 카페.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멍하니 사직터널을 바라보고 있는데, 생각이 겉잡을 수 없이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평소라면 생각이 흘러가다 멈칫멈칫 하고, 그 틈에 여지없이 포털 창을 들여다보게 되기 일쑤지만, 그날 만큼은 평소에 고민하던 생각들이 술술 풀려 나가더군요.
집에 와 생각하니 문득, 비슷한 경험을 기차에서 창밖을 보며 한 적이 있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배경은 친절하고 똑똑한 보통 아저씨가 이렇게 설명해주실 듯 합니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