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7
이틀 전 오후 의문의 택배가 도착했다. 보낸 이의 주소지와 성명 모두 낯설었다. 잠시 손으로 들어보았더니 크기에 비해 무게가 나가는 것이 꽤나 묵직했다. PC 부품인가?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밀도. 최근에 그런 물건을 주문한 기억이 없었다. 누가 보낸 것일까? 무엇이지? 순간 웃기지도 않을 택배 테러도 뇌리를 스쳤다. 무엇인지 추측하기엔 정보가 부족했고, 요즘 한창 진행 중인 펀드 참여자의 분배 정보를 정리하는 일로 굉장히 피곤하여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한 시간 가량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택배 물품에 눈을 돌렸다. 생각해보니 3주 전 즈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어떤 프로 노숙자께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운 좋게 당첨된 기억이 났다. 그리고는 당첨자에게 보낼 물품을 확인하고는 급하게 메신저를 통하여 주소지를 보낸 기억이 났다. 포장지를 다시 봤지만, 보낸 사람 주소지는 해외가 아닌 경기도 고양시. 마지막으로 경험했던 해외 직구는 대학 졸업 전, 강의 주교재를 사기 위한 것이 마지막 기억이다. 평소 해외에서 물건을 자주 주문할 일이 없어 확신이 서질 않았다.
2018-04-17
의문의 택배 테러 가능성과 경기도 폴란드 발 과자 택배의 가능성, 그리고 이상하게 무거운 무게에 의문을 품으며 다양한 가능성과 위험성을 머리 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 결국 희박한 확률의 위험보단 호기심이 앞섰고, 조심스레 칼을 이용하여 포장을 해체했다.
해체 결과는 훌륭한 직관의 승리. 폭발물이 아닌 폴란드에서 온 초콜릿 과자였다.
프린터로 출력한 짤막한 안부 인사와 감사를 전하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특정인의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당시 나와 함께 동시에 이벤트에 당첨된 몇몇 다른 분에게 공통으로 전하는 인사말 같았다. 어쨋든 자신의 블로그에 방문하여 보팅하고, 그 중 운 좋게 이벤트에 당첨된 팔로워에게 전하는 인사이니 당연히 빈말이 아닐 것이다. 진심과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2018-04-17
택배 해체 당시 당이 부족하여 곧바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 놀랐다. 질소 충전제가 0%에 가까운 엄청난 밀도. 질소를 사면 소량의 과자가 딸려오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불과 1시간 전엔 택배 속에 식량이 들어있을 것이란 상상은 못했는데..
위의 과자는 마쉬멜로에 초콜릿 코팅이 돼 있다. 초딩 입맛인 내겐 꽤나 잘 맞지만 웬만한 사람은 달아서 한번에 많이 먹진 못할 것 같다.
위의 사진과 같은 것이 두 팩 들어있다.
아래 ROSHEN이라는 과자는 지저분하게 포장을 뜯고 먹어치워서 별다른 추가 사진은 없고, 맛은 한국 해태 사의 '자유시간'과 정말 비슷했다. 맛이 궁금한 분은 자유시간을 초코바 형태로 납작하게 만든 후 드시면 거의 같을 것이다.
보통 크든 작든 받은 물건이나 선물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인데.. 이번에 받은 것은 식품이다 보니 이미 대부분이 나의 위 속에서 산화해버렸다. 아쉽지만 스티밋에 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재밌는 이벤트에 운이 좋게 당첨 돼 뜻밖의 충분한 당을 얻었으니 만족스럽다.
기쁜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차원에서 쓰는 것이므로 이 글의 보상은 택배를 보내주신 분에게 다시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