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the shallows>
니콜라스 카/최지향/청림출판 Nicholas Carr
한겨레 기사에 언급되어서 빌려 본 책이다. 책의 제목이 구미를 당겼다. 지금 내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바라볼 좋은 기회처럼 느껴졌다. 최근 유튜브의 영상을 오래 보면서 뇌가 더 이상 그 내용들에 감흥하거나 반응하지 않는 경험들을 종종 한다. 예전 티브이를 하염없이 바라볼 때와 같은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후 가급적이면 많은 감각을 자극하는 동영상들을 피하려고 하고 있다. 물론 매번 작심삼일로 끝나고 만다. 또 한 번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신간은 아니다. 7,8년 전 책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IT 업계를 생각하면 지금의 현상들을 완벽하게 설명해 주지는 못할 것 같다.
구체적 사례로 언급되는 가장 가까운 해가 2009년이다. 2009년이라... 당시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막 아이폰이 상륙하면서 와이파이에까지 빨대 꽂으려다 실패한 이동통신사들이 아이폰을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앱스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할 때쯤이였던 것 같다. 암튼 그땐 아이폰 들고 촛불 어플 켜서 입으로 후 불면 꺼지는 걸 신기해 하던 그런 때였다.
책의 내용은 인터넷과 컴퓨터가 우리의 일상과 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비관적인 보고서다. 즉 최신 IT 기술이 가져다 줄 장미빛 미래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과거 인간의 생활을 바꾸어 놓았던 기술과 도구들을 살펴 보면서 지금의 IT 기술들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력을 검증하고 예상하고 우려하는 그런 책이다.
물론 이 글의 전제는 뇌의 가소성, 즉 뇌가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성년이 된 이후에도 환경에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는 과학적 근거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가변적인 뇌가 인터넷과 컴퓨터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린 어떤 능력들을 점차 잃어버리고 있는지에 관한 고찰이다. 한마디로 삽으로 땅파던 시절 온몸을 감쌌던 우람한 근육들이 포크레인의 거대한 바가지 앞에서 어떻게 쪼그라들고 사라지는지에 대한, 효율의 뒷그림자에 소외되어가고 있는 뇌 근육들에 대한 일종의 노스탤지어다.
지금 이렇게 마크다운 프로그램을 실행 시키고 모니터 위에 깜박이는 커서를 보면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글을 쓰다'가 되어버린 현실을 과연 긍정적 발전이라고만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유있는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손글씨를 쓰라는 것인지 책은 종이책만 보라는 것인지 대답해 주지 않는다. 거대 기업이 되어버린 구글이 우리 모두의 일상을 디지털화하고 데이타베이스에 저장하려고 하는 것에 맞서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하는지 구체적 방법도 여기서 발견할 순 없다.
300여 페이지의 절반 이상이 책의 역사,시계의 역사,지도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 문명의 이기들이 어떻게 우리 생활을 바꾸어 놓았고 삶의 질을 변화시켰는지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고 흥미롭다.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은 뒤의 추천도서를 참고하거나 그것만을 주제로 한 책들을 찾아보시길.
끝에 주장들은 상당히 비관적이고 직관적인데 우리가 깊게 사고 하는 능력을 점차 잃어버리고 타인의 아픔에 감흥하는 능력이 사라져버리는 더없이 산만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앞의 이야기들은 밑밥이다. 던져진 밑밥들은 이미 검증되고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다듬어진 이야기들인 반면 뒤의 구글과 인공지능 그리고 우리 뇌의 부정적 퇴보에 관한 주장들은 상대적으로 덜 치밀하고 급하게 마무리 된 느낌이다.
그렇다고 빌려 볼 책은 아니다. 소장하고 뒤져볼 책이다. 역시 좋은 책은 책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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