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슈피겔만 - 쥐 Maus
출처: Yes24 ( ISBN: 9788998515058 )
눈길을 사로잡는 강렬한 표지, 나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를 처음에 보지 못했다. 아마 회사 친한 언니의 권유가 아니였다면 이 책이 어린이 동화이거나 트렌디한 일러스트 모음집 정도로 기억 속에서 잊혀졌을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평소 취향이 비슷한 회사 언니가 이 책을 보라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언니는 나와는 달리 역사 지식이 풍부하며 특히 '유대인의 홀로코스터'에 관심이 많다.
나는 이 책에 대해서 말을 아끼려고 했다. 나같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 책에 대해 감히 평한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아주 무거웠다. 실제로 무게가 무겁기도 하고 안에 담긴 내용을 음미할수록 무거워졌다.
그래도 이렇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나 나처럼 아직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알게 될 지 모른다는 작은 희망 때문이다. 확실히 이 책은 아주 무겁고 심각하고 끔찍할 수 있는 '홀로코스트'에도 살아남은 생존자의 기억과 일상을 쥐라는 의인화와 만화라는 형식을 차용해 조금은 순화시켜준다. 이해하기 쉽고 술술 읽힌다.
이 책은 작가 아티가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아버지의 인생을 그린 책이다. 아버지 블라덱은 홀로코스트를 겪어내고 살아남은 유대인 생존자다. 아버지 블라덱이 어머니 아냐를 만나고 결혼하는 과정부터 2차 대전이 발발하고 소스노비에츠에서 아우슈비츠까지 끌려가야했던 끔찍했던 기억, 그리고 아우슈비츠를 탈출하는 개인의 역사를 담고 있다.
아버지의 어두웠던 과거의 역사와 더불어 아들 아티와 아버지의 관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두 가지가 인상 깊었다.
하나는 아버지 블라덱의 인간적 결점이다. 블라덱의 아냐를 사랑하는 마음, 끔찍한 환경 속에서 늘 수완을 발휘하며 삶을 버티는 그의 모습은 인간적인 감동과 놀라움을 준다. 그러나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끔찍히 박해받고 트라우마를 겪음에도그는 흑인을 깊이 차별하는 인종주의자가 되었다. 블라덱은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으로 인해 주위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아티는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역시 함께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를 단순한 피해자로만 그리는대신 작가는 입체적인 아버지의 실제 모습을 그리는 걸 택했다. 아버지가 그리지 말라고 했던 개인적인 연애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다른 하나는 홀로코스트를 겪지 않은 세대, 아티의 죄책감이다. 어디든 세대 차이와 갈등은 존재하지만 미국 대중문화를 보고 자란 평화의 시대 아티와 먹고 자는 것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던 지옥에서 살았던 아버지 세대 사이의 간극은 크다는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은연중 그 경험을 겪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늘 그를 짓누른다. 아버지는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휴유증이라는 방식을 통해 아티에게 은연중에 전염하고 있었다. 비극은 한 세대로 끝나지 않는다.
인상깊었던 컷 두 장을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