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미인이 많다’ ‘보수적이다’ ‘막창’. 흔히 대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대구를 여행지로 떠올리는 이가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구에는 군산에 버금가는 근대문화유산이 보존되어 있다. 그곳으로 떠났다. 그리고 조그마한 서점, 더폴락(The Pollack)을 만났다.
최근 대구에 다녀온 후, 지인에게 대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대구로 여행을 다녀온 경험은커녕 생각해본 적조차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구 태생으로 3살 때부터 대구에서 자랐고, 부모님이 모두 대구 출신이시며 많은 친척들이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나조차 대구를 여행지로 생각해본 적 없을진데,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대구 여행을 특별하게 하는 이유다. 게다가 최근 들어 대구시가 근대문화골목코스를 개발하는 등 뒤늦게나마 관광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니 더욱 좋다. 사실 대구는 한국전쟁 당시 피해가 크지 않았던 도시다. 근대 건축물과 골목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뜻이다. 군산 못지않은 근대문화 체험지이지만 아직 크게 붐비지 않아 차분히 산책하며 혼자 여행하기에 그만이다.
최근 영화 <검은 사제들>의 촬영 장소로 화제가 되기도 한 100년 역사의 계산성당과 3.1운동 당시 도심으로 모이기 위해 시위대가 통과했던 3.1운동길, 가곡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청라언덕,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저항 시인 이상화의 고택, 350년 전통의 약재시장 약령시까지.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곳에는 잘 보존된 근대문화의 발자취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북성로의 심상찮은 변화
근대문화골목을 지난 길은 북성로로 이어진다. 해방 전후, 피란 온 예술가들은 이곳의 다방에 모여 교류하며 예술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후에는 미군의 군수용품을 유통하는 대형 공구 골목이 형성되면서 ‘대구산업화의 1번지’로 불릴 만큼 호황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도 현대화의 바람은 피하지 못했다. 공구상들은 하나둘 떠났고, 북성로는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활기를 잃었던 북성로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혼란의 시기, 거리를 방황했을 과거 예술가들의 혼을 잇기라도 하듯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근대 건축물을 개보수해 온기를 불어넣은 북성로에는 문화공간과 카페,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들어서고 있다. 적산가옥에 들어선 ‘공구박물관’, 복합 문화공간인 ‘장거 살롱’, 북성로의 명소가 된 ‘믹스카페 북성로’, 오래된 공구상에서 카페로 변신한 ‘삼덕상회’, 음악과 미술을 즐길 수 있는 펍 ‘조스바’, 한옥 게스트하우스인 ‘더 한옥&스파’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대명동에 있던 독립서점 ‘더폴락’도 이곳 북성로로 터를 옮겼다.
명태를 닮았다, 더폴락
서론이 길었다. 사실 이번 대구행의 목적은 서점이다. 더폴락으로 가는 길이 서점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뻔 했을 만큼 인상적이었던 탓이다. 발길을 다잡고 공구상과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카페, 전시 문화 공간이 뒤엉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북성로 골목 모퉁이를 찾았다. 파란 간판을 단 작은 서점 더폴락이 있는 곳이다. 서점 입구에는 트레이드마크인 양 늘 서 있는 자전거 한 대가 있다. 인적이 드문 골목 같아 보이지만 대명동에 있을 때보다는 시내라 손님이 늘었다고 한다.
‘폴락(Pollack)’은 대구과의 물고기 명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곳을 더폴락이라 부르고, 어떤 이는 명태라 부른다. 서점이 위치한 지역 ‘대구’가 연상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더폴락은 대학교 동기 다섯 명이 자신들의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2012년, 대학 시절부터 좋아했던 독립출판물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연것이다. 소박한 시작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 전국에 몇 곳 되지 않았으니 초창기 독립서점에 속한다(로브 창간 당시 입고했던 몇 안 되는 지역 서점 중 하나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입고되는 대부분의 책은 독립출판물이다. 남해의 봄날 정도를 제외하고는 큰 출판사에서 내는 책은 거의 없다. 상기된 표정으로 책 한 권 한 권을 소개하는 공동대표 김인혜 씨의 목소리에서 독립출판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더폴락의 공식 블로그 타이틀에 ‘당신의 호작질(손장난을 뜻하는 경북 사투리)을 응원합니다’라고 쓰인 것만 봐도 서점 주인이자 독자로서의 독립출판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동태, 노가리, 황태, 북어 등 수많은 명칭을 가진 명태라는 이름처럼 더폴락은 서점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가 열리는 공간을 지향한다. 직접 출판물을 만들어보는 워크숍 ‘진 메이킹 클래스’와 토크 콘서트 ‘폴락이다’ 등 다양한 워크숍과 행사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대명동에서는 동네 주민들과의 교류가 많아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북성로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민들과 가까워질 계기가 많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머지않아 북성로의 다양한 문화예술인들과의 소통과 협업이 기대된다.
근대 문화길을 지나며 켜켜이 쌓인 역사가 무겁게만 느껴질 즈음, 북성로 공구 골목이 풍기는 잔잔한 여운을 느껴보자. 때론 살가운 친구 같고, 때론 엉뚱한 매력이 넘치는 책이 있는 서점에 들러 시간도 보내 보자. 더폴락을 품은 북성로, 북성로를 품은 도시 대구. 여행갈 만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
주소 대구시 중구 북성로1가 16
전화번호 010-2977-6533
영업시간 12시 30분~20시, 수요일 휴무
홈페이지 blog.naver.com/thepollack
인터뷰 조혜원|글·사진 김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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