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람들이 모여들고 많은 일이 일어나는 곳. 단순히 동네 책방이라고 정의하기엔 부족하다. 나만의 책방이었으면 하면서도 언제나 우리의 책방이었으면 하는 곳, 책방이음.
재작년 많은 것으로부터 독립을 했다. 갑작스레 혼자 일을 하기 시작하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하자 퍽 서러운 순간이 많았다. 사람 냄새가 그리워질 때쯤 북적이는 대학로 한구석에서 책방 이음을 발견했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여니 한눈에 구조가 훤히 다 보이는 작은 책방이 나타났다. 조용한 음악이 흘렀고, 몇몇은 모여 토론을 했다. 어떤 이는 소파에 파묻혀 책을 읽고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는 갤러리에 걸린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을 가진 책방 지기님이 이리 와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렇게 책방이음은 나의 사랑하는 책방이 되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대학로의 사랑방
일정을 빨리 마치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책방이음으로 향했다. 책을 읽다보면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누군가는 양손 가득 간식 거리를 들고, 누군가는 고민거리를 들고 서점의 작은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숨어있는 동네 맛집에 함께 가기도 하고, 낙산공원으로 산책을 가기도 한다. 책방이음은 그렇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 낭송, 독립영화 상영, 저자와의 만남, 전시, 즉흥 연극 등 그 작은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벌어진다. 더 놀라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 일에 기꺼이, 그리고 당연하게 참여하고 함께 만든다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책방
책방이음은 2005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처음엔 ‘이음아트’라는 이름으로 새 책과 헌책, LP와 수입 사진책을 팔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운영난으로 이음아트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곳의 단골이었던 지금의 이음 지기(책방이음에 오는 사람들은 이 책방의 사장을 이음 지기라 부른다)는 항상 꿈을 꿔왔던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좋아하는 것을 누릴 생각만 하지 말고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든 그는 이음아트를 인수해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책방이음이 탄생했다. 이후 이음 지기는 회원 제도를 만들어 책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책을 사면 3%를 적립해 주는 ‘잎새회원’, 서점에서 자원봉사 등을 하는 ‘줄기회원’, 매달 후원금을 내는 ‘뿌리회원’이 있다. 현재 줄기회원은 10명 내외, 뿌리회원은 300여 명 정도다.
어린이 동화부터 사진전까지
책방이음을 채우는 책의 선정 기준은 ‘팔리는 책’이다. 참고서나 문제집, 어학사전, 종교서적은 없다. 다만 ‘최저 함량’에 미달하는 책, 책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책답지 않은 책(이음 지기의 기준에서 보면 자기 계발서 같은)은 들이지 않는다. 물론 주문은 가능하다. 또, 백 마디 말 보다 그림 한 장이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한다고 믿기 때문에 어린이 그림책을 많이 들여놓는다. 그림과 관련된 전시회도 종종 여는데, 서점 안 쪽 작은 공간에서 그림책, 사진, 설치미술 등을 다루는 다양한 전시가 매달 1일에서 말일까지 진행된다.
서점은 이제 책을 파는 공간에서 벗어나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 휴식과 안정, 돈이 없어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기도 하다. 전국의 많은 책방이 문을 닫고 있지만 이렇게 모두가 함께 사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 책을 읽고 싶은 공간, 탐나는 책이 있는 공간이라면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피부로, 체온으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책방이라면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에 허기가 지는 날, 책방이음이 그리워지는 이유가 아닐까.
주소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197-1 지하1층
전화번호 02-766-9992
영업시간 화~토 13시~22시 일요일 13~19시, 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cafe.naver.com/eumartbook
글·사진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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