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제주를 여행하면서 내 인생에 비오는 숲길이 신비로우면서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준 곳이 바로 사려니 숲길이다. 그해 여름은 유달리 바빴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9월에 늦은 휴가를 제주도로 떠났다.
일주일을 여행하는 동안 반은 비가 왔는데, 그 또한 너무 좋았다. 혼자하는 여행에 맑기만 한 날씨보다는 비도오고 천둥도 좀 치고 해야 안 심심하지...
비가 오는 날 버스를 타고 찾은 사려니 숲길은 인적이 드물어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사려니... 신성한 숲길이라는 뜻에 딱 맞는 날에 찾아왔다. 울창한 숲속에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그 때문인지 안개가 숲속에 깔려있었다. 어딘가 비밀의 문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넘어온 것 같은 곳. 저 숲속 어딘가에서 노루 한 마리쯤 말하면서 나올 것 같다. "어디가?"
습도가 높아지니 삼나무 향이 더욱 진해지져 코를 통해 폐까지 전해진다. 이곳 공기를 마신 것 만으로 힐링이 된다.
다시 버스를 타러 돌아가는 길. 어찌나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 있는지... 이래서 제주도가 좋은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