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 가입하면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산문 부류의 글은 거의 써 본 적 없지만 시는 예전에 써봤기 때문에 가능하지 싶었다. 시인이나 소설가의 깊이 있는 사색과 통찰, 오랜 시간을 두고 발효시킨 묵직한 표현들을 보고 있자면 나는 공기 중의 부유물과 다름없다. 쑥스럽고 창피한 글을 그래도 올리기로 한 것은 혹시 사람들이 칭찬이나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볼 만 하다고 해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과 더 중요하게는 시 외에 문자로 전달할 만한 나만의 컨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쓰는 건지 먹는 건지 잊을 정도로 글과는 관계없이 살아와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어거지로 한 편을 썼다. 쏟아내면 느낄 수 있는 허무하고 나른한 쾌감을 아주 오랜만에 맛보았다. 옛날에 썼던 시들도 뒤적거렸다. 20대 때 썼던 시 몇 편을 포스팅했었는데 [오마주 프로젝트]에는 이것들을 먼저 소환하고 싶다. 사실 이런 시시한 시를 쓰기 위해 밤잠을 설쳤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글 올리기를 클릭하는 것이 그다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뻔뻔해졌다. 그리고 이런 시는 쓰지 않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건조주의보
바삭거리는 과자처럼
하늘이 부서진다
절구통 속 썩은 빗물도 말라가고
썩은 초가지붕도 무너진다
흙먼지 날리면서 시야를 가린다
산등성이 고라니 한 마리 말라 죽은 뒤
소나무도 등을 굽었다
기다림을 안다면
꼼짝없이 타 죽어도 말이 없지만
라디오에서 나오는 한 마디는
단지
건조주의보
밤낚시
머언 기차 소리 달려드는 밤에는
땅끝에 홀로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무심한 낚싯대 끝에 하세월이 대롱댄다
풀벌레 우는 맛에 기다림을 잠시 잊고
배낭처럼 메고 다닌 버거운 인연마저
가물치 방생하듯이 훌훌 털어 속죄하고
산처럼 묵직하게 하늘처럼 고요하게
하룻밤 목석으로 잃은 것이 사람이면
미풍과 고기 두 마리 내게 남은 전부였다
꿈꾸는 물위에서 졸고 있는 낚시대는
송사리 물질하는 자장가를 들었는지
수초가 부끄러워서 보듬기를 바라는지
새벽녘 꽁지 따라 기차 소리 달아나고
물안개 이불걷어 소금장수 눈 비비면
내버린 흔적들 찾아 되돌아서 떠나겠지
눈쌓인 마을
새색시 소매 끝처럼 팔랑거려서
사뿐히 절하고
햇빛이 댕기 풀어주면
수줍은 눈물 반짝거렸다
모가지 밑바닥에서
터져 나오는 하얀 설움
하얀 순수
백지장에 옮겨 놓은 대지의 흔적이
작별인사 같았던 눈부신 아침이었다
[오마주]프로젝트로 재 발굴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