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버지와 아들이 야구를 보러 경기장을 향하던 길이었다.
아버지는 운전 중, 아들은 조수석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교차로를 지나던 순간,
신호를 놓친 트럭 한 대가 그대로 부자가 탄 차와 부딪친다.
급히 응급차로 후송되던 아버지는 얼마 못가 생명줄을 놓게 되었고,
아들은 가까스로 응급실에 도착하여 수술을 받게 된다.
이 때, 수술을 집도하게 된 의사가 그 아들의 얼굴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 아들이 어쩌다가 이런 일을 당했냐"며 소리친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다음 이야기 후에 밝힌다.
성공은 본인의 역량에 좌우되는가
놓인 환경에 좌우되는가
간단한 예를 하나 들자면
세상에서 제일 빠른 남자 우사인 볼트와
세살 짜리 꼬마아이가 1km 경주를 한다면 누가 이길 것인가?
단, 꼬마아이는 달리는 포르쉐 뒷좌석에 앉아있다.
위의 조건 없이 본다면 우사인 볼트가 백이면 백 이길 것이 자명하지만,
조건이 붙는 순간 결과는 뒤집힌다.
맨 위의 이야기의 의사는 많은 분들이 예상했겠지만 그 아들의 엄마이다.
나는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어떻게 된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미 죽었는데 이 의사가 이 아이를 본인의 아들이라고 하다니
어찌 된 일인가...
사회적 성역할에 관하여 내가 특정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읽었던 이 책에서 소개된 이야기이다.
한 나라의 왕이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를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싶어했다.
여러 관료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한다.
전국을 덮을 분홍색 페인트를 어디서 구해오며,
인력과 비용에 관한 예산은 어떻게 편성한다는 말인가
그 때, 한 사람이 묘안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건 바로 왕에게 분홍빛 렌즈의 안경을 씌워주는 것이었다.
우리 사는 세상이 그렇다.
옆에서 같이 뛰면 우사인 볼트는 번개처럼 날아가지만,
제로백으로 달리는 포르쉐에서 본 모습은
방구차를 뒤따라다니는 동네 꼬마아이들의 그것과 매한가지일터이다.
어느 자리에서 어떤 것에 집중하여 사물과 사건과 인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만들어질 것이다.
안경에 먼지가 묻은 듯 하여 안경닦이를 챙기러 가봐야겠다.
가기 전에 업보팅과 리스팀과 댓글은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