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가 다니는 직장의 특성상, 잔업과 야근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누군가의 눈치를 본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일과 시간 내내 일을 하고 그것에 대한 보고서를 일과가 끝나고 써야하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야근이 많아지다보니 효율도 떨어지게 되고, 결국 야근에 더해 주말에까지 일을 하게 된다. 그래도 주말에는 일거리를 집에서 챙겨와 조금은 편안하게 일했었는데, 요즘 일이 터지다보니 일거리가 감당이 되지 않아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주말 출근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몇 번 주말출근을 하다보니 오히려 평일보다 마음이 편한 느낌이 있다. 첫째로, 상사들이 없는 상태에서 내 페이스에 맞춰 편하게 일을 볼 수 있다. 둘째로, 다른 부서에서 전화가 오지 않고 다른 행정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좀 더 맘 편하게 내 할 일을 할 수 있다.
셋째로, 평일에는 어두울 때 출근해서 어두울 때 퇴근하느라 해를 보지 못하는데, 잠시 일을 하다가도 밖에 나가 산책하며 햇볕을 쬘 수 있다. 이럴 땐 잠시 내가 인간이 아니라 식물이 된 기분이다.
오늘은 공기가 좋아 산책을 10분 정도 했다. 그래도 병원 주변에 이렇게 녹지가 조성되어 있어 산책할 맛은 난다. 의자에만 오래 앉아있으면 치매 발병 확률이 증가한다고 하니, 몇시간 일한 뒤에는 이렇게 5분 10분 몸을 움직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넷째로, 미리미리 주말에 나와 쌓인 일들을 해두면, 다음 한 주가 조금은 여유로워진다. 사실 저저번주말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다 일을 못했더니, 저번 주말에 지옥을 맛봤다. 아마 한동안은 주말 출근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지 싶다.
뭐 이런저런 자기위안을 했지만, 사실 주말 출근 같은 건 하기 싫다. 이제 노동절도 얼마 안남았는데 한국 노동의 최하위 계층에 속해있는 쓸쓸한 기분이 든다. 3년만 지나면 병원에서 탈출해서, 노동의 사각지대에 있는 동종업계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그럼 전 다시 일하러 갑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