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베트남의 4강전.
나름 응원하는 맘으로 경기를 보던 중. 내 귀를 의심했다. 해설중이던 이영표 해설위원의 급한 목소리로 전국에 울려퍼진
빼박 캔트에요.
빼도 박도 못한다. 빼 박 can't
동생에게 이야기 했더니 영표아저씨가 요즘 인터넷을 많이 해서 그러신 거라면서 역시 팬이라서 그런 지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다. 저 해설을 들은 아나운서의 당황스런 표정이 눈에 선했지만 뭐 승리의 기쁨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갈수 있는 분위기였으니.....
갑자기 작년 즈음에 친구 당구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옆테이블에서 치는 젋은 이십대쯤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술내기를 해서 불타올랐는지 시끌시끌하게 서로 말을 많이 하면서 당구를 치고 있었다. 뭐라뭐라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놀리고 장난치고 하는데 한국말인 건 알겠는데 정말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예이 그래도 한국말인데 너무 과장이 심하시네요 할 수 있어서 한번더 강조 하겠다. 정말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약간의 충격을 받은 나는 당구장 사장인 친구에게 다가가 물었다.
"친구야 넌 쟤들이 뭐라고 하는 건지 알아 듣니?"
"알아 듣지 당구장한지가 몇년인데 듣다 보면 대강 알아 들어."
집에 돌아 오자마자 검색을 했다. 하다보니 '급식체'라는 이름으로 아까 그 친구들이 쓰던 말들을 각종 블로그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급식체를 검색하면 각종 시도교육청에서 그 말들을 설명하고 있는 페이지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거다. 예전에 은어 비어 속어 중에서 은어는 그 뜻이 적당하고 알기 쉬워도 글이나 방송에서는 쓰이지 않는 것이 표준어 사용을 위해서 어쩌구저쩌구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세대의 단절을 막기위해서 널리 알려 주고 있다는 것이.. ㅋㅋㅋㅋ
ㅇㅈ = 인정 동의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서 "인정? 어 인정" 이렇게 세트로 쓰였는데 그 변화무쌍함이 어마어마하다.
"동의? 어 보감", "이동휘? 어 박보검", "용비? 어 천가"
대강 비슷한 말처럼 들리게 라임만 맞추면 아무거나 쓴단다. 그러니 알 수가 없을수 밖에...
여튼 영표 아저씨는 나보다는 언어에 대한 학습 능력이 뛰어나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축구는 아주 만족스럽게 이겨서 다행이었고, 축구연맹의 연줄행정을 타도하기위해서 졌으면 좋겠다는 댓글과 지면 군대 간다고 비아냥 거리는 댓글들을 보면서 씁쓸하게 브라우저를 닫았다.
예전에 정말 진지하게 이상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어서 친구에게 물어 본적이 있다.
"타인이 잘 됐어 성공해서 돈도 많이 벌고 그 파트에서 어느정도 위치에 올랐어. 그럼 잘됐다고 축하해 주는 사람들 보다 어떻게든 욕할 거리를 찾아서 욕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도대체 뭐냐?"
"그냥 내가 잘된 게 아니고 남이 잘 된게 싫은 거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 배울때 우린 질투나 부러움에대해서 배웠지만. 요즘은 그냥 그게 팩트야"
질투와 부러움이 칼과 같은 말과 글로 변해서 아무나 찌르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니..... 개인적으로야 조심하면서 살겠지만 참 찔리지 않았는데도 이런 생각만 하면 저 구석이 아파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