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을 걸었었다.
일을 마치고 한밤 중에 돌아와
함께 살던 동생들에겐 미리 인사를 하고
다음날 새벽,
미리 싸둔 배낭을 등에 메고
몽파르나스역으로 가
바욘느행 떼제베에 올랐다.
그렇게 나는
순식간에 파리에서 사라졌다.
바욘느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생장 피에드 포드란 마을에 도착했다.
다음날 나의 순례길은 시작되었다.
끈기없는 내가 800키로를 걸어
산티아고까지 도착한다면
참 대견하고 뿌듯하겠다, 하고 시작했는데
내가 왜 여기와서 이러고 있지.
불과 첫 날, 피레네 산맥에서
바람과 사투를 벌이며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그 뒤로는 내내
산티아고에 가까워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노란 화살표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부엔 까미노!
좋은 길이 되라는 뜻의,
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순례자들끼의 인사.
까미노는 길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모두 같은 곳을 향해 걷지만, 경쟁은 없다.
되려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위로와 기쁨이 되어준다.
길에서 만나고, 알베르게에서 만나고,
결국엔 산티아고에서 재회하는
그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고
그래서 홀로 걸을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순례길을 찾는다.
답을 구하러 오는 사람도 있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 오는 사람도 있으며,
단지 길을 걷기 위해 오는사람도 있다.
하지만 결국 모두 닮아 있다.
왜 이 길을 걷느냐고 물어오면
모른다고 할 수 없어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왜 이 길을 걷는지, 알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