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즈음에 여행을 빙자한 휴식으로 일주일간 베트남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친 일상에서 활력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죠. 여행책 한권도 없이, 그냥 무작정 비행기표를 사서 베트남에 거주(?) 하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 후 베트남으로 떠났습니다. 처음 방문했던 동남아국가는 아니었지만 찜질방에 들어온 듯 주위를 감싸는 공기는 여전히 저를 낯선 방랑자로 만들었습니다. 길을 헤메던 무렵, 다행히도 마중을 나온 친구 덕분에 무사히 숙소에 도착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다음날부터였습니다. 친구는 출근해버렸고 저는 시내에 혼자 남겨져 있었습니다. 밖을 나오니 사방이 오토바이였고, 환전을 하기 위해 매연가득한 거리를 걷다보니 이내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가까스로 환전소를 찾고 환전을 했는데 베트남 돈의 단위가 너무 크다보니 도통 적응이 안됐습니다. 여행 내내 머릿속으로 나누기를 하며 돈계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대략 10,000원 = 200,000동)
베트남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돈 단위도 생각보다 많이 큽니다. 우리야 익숙해져서 모르지만 가까운 일본, 중국만 비교해봐도 10배, 100배 이상이 되버립니다. 작은 단위를 쓰다가 0이 많이 붙은 큰 단위를 쓰다보면 읽기부터가 쉽지 않게 되어버리죠. 아마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저와 같은 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몇년 안에 대한민국은 리디노미네이션을 할 것 같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쉽게 말해서 '화폐개혁' 입니다. 보다 상세히 말하자면, 화폐의 액면가를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10,000원을 100원으로 변경하되, 100원의 가치는 여전히 10,000원이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실제로 여러 가게에서는 자체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과 비슷하게 가격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메뉴판에서 4,000원을 4.0과 같이 바꿔버리는것이 그 예입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하게 되면 물가상승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1,000만원짜리 비트코인이 10만원이 된다고 생각해보세죠! 상대적으로 심리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과소비가 발생되고, 액면가가 낮아져 물가가 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로 인한 혼란은 상당 기간 이어지겠지만 경제규모에 맞게 단위도 바뀌어야 하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당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언제까지 이 중요한 일을 미룰 순 없습니다.
현재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돈을 찍어내고 내수활성화를 위해 임시공휴일 제정 등, 크고 작은 노력들을 했지만 그 성과는 아직 제자리걸음인것 처럼 보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금리인상과 더불어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에 채찍질을 가하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리디노미네이션입니다. 심리적 저렴함, 낮아진 액면가. 이 모두 소비를 부추겨 경기활성화를 유도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요소들이죠. 또한 숨어있는 검은 돈들이 나오게 될겁니다. 리디노미네이션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피할 수 없겠지만, 현재의 익숙함에 안주하다 미래에 더 큰 비용이 소요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p.s. 리디노미네이션 실시 여부를 떠나 암호화폐가 실물화폐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쳐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국면을 선보일 수도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암호화폐 지지자로서 그날이 오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