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시대의 일화에서 유래된 "무뎃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 전쟁에 나가서 적을 마주쳤는데 생각해보니 깜박하고 총을 안 가져온 것입니다.
오래 전에 총이라는 것은 재장전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발도 많이 되어 효과적인 무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다 노부나가"는 이런 조총을 들여와 1열에서 총을 쏘고 뒤로 빠지면 2열이 전진하여 총을 쏘고 신속하게 3열이 교대하여 앞으로 나가는,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전술을 개발하여 일본을 거의 통일 직전까지 만든 유명인입니다.
강력한 불패의 기마부대를 거느린 라이벌 "다케다 가츠요리"가 있었는데, 이 둘은 결국 운명의 전면전을 치르게 됩니다. 무적의 기마부대는 조총이 없이(무뎃뽀) "전군 돌격"의 명령에 따라 오다 노부나가의 조총병에 돌격을 했다가 전멸하게 됩니다.
참고로 국내에는 "신장의 야망"이라는 게임을 통해서 오다 노부나가의 모습이 야망에 가득찬, 이글거리는 눈빛을 가진 훈남으로 묘사되었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초월하여 성공하는 사람은 두 가지 외모적 특징이 나타난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보통 요즘은 가능성이 없는 일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일을 무뎃뽀라고 합니다. 국내에도 이의 대표적 사례가 있습니다. 늘 사활을 걸고 제품을 출시하지만 막상 출시된 제품을 보면 깜빡하고 중요한 기능을 항상 빼먹습니다.
(누군가 공들여 그리신 작품일텐데 오래된 자료라서 원문의 출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한편, 저도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습니다. 5년차 사원 그룹 전체 연수가 있었던 당시 그룹의 부회장님께서 때로는 무모함에 도전하는 무뎃뽀 정신이 필요하다는 서두 스피치를 하셨습니다.
당시 프리젠테이션 담당이었던 저는 우연의 일치로 무뎃뽀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결론은 전멸이므로 무뎃뽀는 망하는 지름길이며 철저한 사전 계획이 사업 성공의 원천이다라는 식의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연의 일치였을 뿐인데 수천명 앞에서 토론을 벌일 수는 없었던 부회장님께서는 클로징 소감을 말씀하시면서 저를 직접 찍어 언급하시면서 칭찬을 하셨습니다. 칭찬을 하는 얼굴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할 정도 울그락 불그락했습니다.
왜 제가 국내 회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산간 오지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지 이제 돌아보니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오늘은 사전 계획에 따른 투자와 천부적 감각에 의존한 무뎃뽀 투자의 차이에 대해 간단히 말씀 드려볼까 합니다.
위의 표는 최근 지속적으로 비중을 높이고 있는 NEO와 OMG 두 종목이 사전에 설정해 두었던 가격대에 들어온 2월 22일과 23일 양일간 BTC를 처분하여 거래한 내역의 일부입니다.
약 6일이 지나, 백 테스팅 차원에서 가격의 흐름을 비교해보았더니 위의 표와 같이 BTC를 가만히 들고 속된 말로 "존버"를 했을 때보다 시장의 수익을 초과하였습니다. 물론 단기간의 성적이라는 것은 우연의 요소가 크므로 절대 수익율이 높고 낮음보다는 초과 수익을 내었다는 사실 자체만 중요합니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위의 표에 초록색으로 나타난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률입니다. 다시 몇일 전으로 돌아가 천부적인 직감으로 한 종목을 찍어 몰빵을 했을 경우와 대충 적당히 섞어 사놓고 분노의 유튜브 시청으로 멘탈의 철벽 관리를 했을 경우를 비교하면 80%의 확률로 포트폴리오 투자의 수익률이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제 자신의 직감 같은 것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 날 짜장면이 먹고 싶은지 짬뽕이 먹고 싶은지는 그 날의 날씨와 기분, 아침에 먹은 커피의 농도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결정되는 것이지 절대로 이성적인 판단이 아닙니다.
오로지 탕수육 찍먹만이 고도의 사고와 사유를 통한 진리의 깨달음일 뿐입니다.
정말로 본인이 천부적인 소질과 감각이 있다면 그렇게 매매를 해 놓고 한 몇일 챠트를 안 보고도 마음의 평온함이 유지되어야 정상입니다.
오래 전부터 말씀드려왔지만 스캘핑이던, 스윙이던, 포트폴리오던 자신에게 맞는 투자의 방법이 있으며 어느 것이 특별히 더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기동성이 뛰어난 소액 투자자일수록 스캘핑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초단기 매매로 꾸준한 수익을 올리는 고수들은 그들의 "감"조차도 사실은 오랜 기간의 반복적인 실험과 경험을 통해 습득한 로직에 근거한 투자라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본인의 투자 스타일에 맞게, 그리고 사전에 정해진 계획과 로직에 따라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인생 뭐 있나, 한방 아니가, 스타일의 "무뎃뽀" 정신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그간의 투자 내역을 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p.s. 오늘은 오래 전 "슈퍼로봇대전"이라는 게임에 등장하여 저를 흥분시켰던 어떤 로봇의 게임 영상을 가져와봤습니다. 저는 "각성"을 통해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는 이런 류의 게임을 좋아합니다. 아직 정신 세계는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