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투자자이자 밋업을 많이 다니는 사람으로서
최근 밋업의 질에 대한 소회를 꼭 남기고 싶어, 정보성 글이 아닌 제 얘길 쓰게 됐습니다.
개개 밋업을 저격하기에는 제가 담력이 부족하기도 해서 시장 참여자로서 목소리를 스팀잇에 내는 것으로 갈음해보려고 합니다.
올해 2월, 하락장이 길어지면서 공부 없이는 이 기나긴 겨울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는 직감을 한 게 제가 밋업을 처음 다니기 시작한 계기입니다. 그때부터 하나하나 공부하던 게 어쩌다 보니 이 분야에 큰 재미를 가져서 이제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는 보통 주 평균 5회 이상 밋업을 참석하고 있으며 해당 밋업에 대해서 항상 심도있게 정리하여 후기를 일일이 기록해서 저장하고 있습니다.
하락장이 장기화되면서, 유독 밋업의 질이 나빠지는 것 같아 우려가 많이 됩니다.
그래서 최근 밋업을 다니면서 제가 많이 개탄하고 화냈던 부분들 위주로 작성해보려 합니다.
1. 밋업은 정시 시작이 원칙입니다. 시간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늦게 시작하면, 정시에 도착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이득을 봅니다.
그럼 모두다 늦게 도착하면 될까요? 주최측은 그것을 원하시나요?
2. 밋업 홍보글은 충분한 정보가 들어있어야 하며, 큰 변화가 계속되면 안 됩니다.
몇시 몇분에 누가 어떠한 내용의 발표를 할 것인지, 언제 쉬는 시간을 갖는지 순서까지 정확하게 작성하여 들어 있어야 합니다.
밋업 2~3일 전까지 발표할 팀도 확정이 안나서 계속적으로 섭외하는 모습, 밋업 당일날까지 발표할 팀이 계속 늘어나는 모습은 당연히 밋업 질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그런 밋업은 실망하여 불참을 누르게 됩니다.
더불어 특정 코인에 관한 밋업이라면, 홈페이지/백서나 원페이저/관련 영상이 있다면 해당 링크 등 최소한 예습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주면 좀 더 투자자나 투자예정자들이 진지하게 참석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3. Q&A가 없는 밋업은 밋업이 아닙니다. 밋업은 소통입니다.
이 부분은 애초에 2번을 충실하게 해결했을 때 주어지는 조건이긴 합니다. 2번에서 개떼섭외를 하거나 발표자가 계속 바뀌는 방식이 되면 애초에 대관한 시간대와 안 맞아서 Q&A가 들어갈 수가 없지요. 그런 밋업은 아무리 발표가 훌륭해도 썩은 밋업입니다. 유투브로 동영상 보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죠. 당신의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어서 어려운 시간을 내서 발걸음을 해준 사람들에게, 오프라인 대면을 한 대가를 충분히 제공해 주어야 좋은 밋업입니다.
개별 질문을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주최측/발표측의 생각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태 밋업을 다니면서 질문의 가치를 느꼈던 저의 생각은 많이 다릅니다. 질문은 전체 공유가 될 때 큰 의미를 가지며, 보통 질문은 청자가 정말 듣고 싶어했지만 발표자가 발표에 넣지 않은 부분의 핵심을 찌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가 듣는 게 밋업의 질이 월등하게 올라갑니다. 전체 질의 시간이 없는 밋업은 발표가 100점이라도 75점, 50점으로 수렴한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었으면 합니다.
4. 청자는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핵심만 발표하고, 차라리 말할 게 없으면 10분만에 밋업을 끝내주세요.
4차산업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분야가 앞으로 찬란하게 뻗어나갈 것이라는 그런 강의는 필요없습니다. 토큰 발행 업체가 밋업을 할 때는 우리 토큰이 왜 시장 경쟁력이 있으며 앞으로 가격이 상승할 거라고 기대할 수 있는지, 그걸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청중이 그럴 거라고 기대감을 갖게끔 납득하게 만드는 게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부분은 '이 시장이 이정도로 커질 것이므로 이런 시장에 뛰어든 토큰은 잠재력이 있다' 라는 단 한문장으로 설명될 것을 아주 길게 늘리는 것입니다. 부디 부탁이오니 한 문장으로 끝내주십시오. 저는 뒤가 더 듣고 싶습니다. 토케노믹이 왜 이렇게 구성되었는지, 경쟁업체를 분석하면서 이렇게 하면 이 분야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든지, 그리고 많은 업체에서 간과하는 부분 - 탈중앙화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고민을 했고 토큰발행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부분(실제로 기술력이 뛰어나고 ICO 시장에서 호평받는 많은 업체가 놓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듣고 싶습니다. 저는 당장의 기술력 이면의 토큰 발행자의 사상까지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비탈릭이 스마트컨트랙트를 코인에 처음 적용하여 내놓았을 때는 매우 혁신적이었더라도, 지금은 스마트컨트랙트 없는 플랫폼이 없죠. 결국 기술은 오픈소스 사회에서 상향평준의 길을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장투를 이끌어내는 것은 팀의 신념과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저는 1이라고 생각합니다.
5. 커뮤니티의 눈높이를 맞춰주세요.
커뮤니티가 이미 형성된 밋업이라면, 가장 중요한 건 커뮤니티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단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물론 산처럼 있겠지만, 그런거 일단 제쳐 두고 커뮤니티가 듣고 싶은 이야기부터 해야 합니다. 그래야 커뮤니티의 이탈을 막고 롱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코인 커뮤니티들이 '가즈아' '떡상' '상장 어디 언제' 이런 질문만 하는 곳이 거의 없고, 매우 생산적이고 공부를 바탕으로 한 깊은 질문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런 목소리를 무시하고 자기 목소리만 내는 재단은 독선적인 이미지가 생깁니다.
하고자 하면 더 말해야 되겠지만, 일단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5가지만 추려서 적어 보았습니다.
향후 밋업을 다니면서 한국은 코인시장을 대하는 행사 문화조차 성숙한, 진정한 블록체인 강국이 될 것이다... 이런 희망적인 느낌을 제가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