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존재하는 개미의 총 생체량(Biomass, 특정 공간 내에 존재하는 생물체의 양)은 인류의 총 생체량과 거의 비슷하다.
사람 한 명의 생체량 = 개미 150만 마리의 생체량
인류는 대략 70억 명이니까, 개미는 대략 70억×150만=1경 마리가 존재한다. 아마 인류와 동물, 곤충을 통틀어 단연 최다 개체수일 것이다. 북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성공적으로 번성해온 그들의 생존전략을 통해 성공적인 투자전략을 모색해보자.
효율성 VS 지속성
흔히 개미는 뼈빠지게 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일단 여왕개미, 수개미, 병정개미는 아무런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다.
일개미가 경제활동을 도맡아 하는데, 이는 아래와 같이 두 그룹으로 나뉜다:
- 일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게으른 태도로 일하는 ‘놀멘놀멘’ 그룹: 50%
- 몇 개의 팀으로 나누어 일하는 ‘부지런한’ 그룹: 50%
| Task No. | Description | Team in charge |
|---|---|---|
| 1 | 먹이찾기 | A팀 |
| 2 | 개미집 확장 및 유지보수 | B팀 |
| 3 | 개미알 및 유충 돌보기 | C팀 |
| 4 | 먹이저장, 농사짓기, 노예관리 | D팀 |
| 5 | 휴식 | E팀 |
예를 들어 위와 같이 4가지 Task가 있다면, ‘부지런한’ 그룹의 5개팀이 교대로 돌아가며 각 Task를 수행하고 휴식하기를 반복한다. ‘놀멘놀멘’ 그룹은 계속해서 놀멘놀멘 하기에 개미왕국의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고, 따라서 ‘부지런한’ 그룹 혼자 전체 왕국을 먹여 살리는 형국이다.
도대체 개미는 왜 이런 비효율적인 경제시스템을 수천 년간 고수하고 있는 걸까? ‘놀멘놀멘’ 그룹도 ‘부지런한’ 그룹과 함께 일하면 소득이 2배가 되고 그만큼 생존률 및 번성률을 높일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연구진은 실험을 해보았다.
우선, ‘부지런한’ 그룹의 10%를 제거했다. 그랬더니 ‘부지런한’ 그룹이 더 열심히 일해서 부족한 일손을 충당했고, ‘놀멘놀멘’ 그룹은 여전히 놀았다.
그래서 ‘부지런한’ 그룹의 50%를 제거했다. 결과는 동일했다.
이젠 ‘부지런한’ 그룹의 90%를 제거했다. 그러자 ‘놀멘놀멘’ 그룹이 마치 ‘부지런한’ 그룹처럼 일하기 시작했다. ‘놀멘놀멘’ 그룹이 없어진 것이다.
여기서 알게 된 ‘놀멘놀멘’ 그룹의 역할은, ‘부지런한’ 그룹이 어떤 이유로 인해 사라지거나 일할 수 없게 되면, 그들을 대신하여 일을 하는 것이었다. 즉, Backup System인 것이다.
실제로 개미세계에는 수많은 재난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타 왕국 또는 타 종족과의 빈번한 전쟁, 홍수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 노화, 기생충, 전염병 등으로 인해 ‘부지런한’ 그룹이 죽거나 가중된 업무로 인하여 피로도가 극에 달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왕국의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이는 곧 왕국의 종말로 이어진다.
특히 ‘개미알 및 유충돌보기’ 업무는, 일개미들이 알과 유충을 24시간 쉼 없이 핥아줘야만 전염병에서 안전하게 보호된다. 단 몇 초라도 핥아주지 않으면 곧 병균이 침투하여 해당 알과 유충이 전염되고, 곧 쉽게 번진다.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개미 역시 일련의 task를 수행하면서 피로도가 쌓이고, 이에서 회복되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한데, 재난이 닥치면 '부지런한' 그룹 전체의 workload가 극에 달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시점이 오게 된다. 바로 이 때, '놀멘놀멘' 그룹의 역할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개미는 경제적 효율성을 희생해서라도 왕국의 생존, 곧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Risk Management'를 더욱 중시하는 셈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이는 투자의 세계에서도 적용되어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1억원의 투자금이 있다고 하자.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왔다고 할지라도 1억원을 모두 투입시켜서는 안 된다. 반드시 ‘부지런한’ 5천만원과 ‘놀멘놀멘’ 5천만원으로 나눈 뒤, ‘부지런한’ 5천만원만 先투입해야 한다. 아무리 기회가 좋아 보여도 내일 일은 모르기 때문이다.
先투입한 ‘부지런한’ 5천만원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즉 물린다면, 그때 ‘놀멘놀멘’ 5천만원을 투입한다. ‘놀멘놀멘’ 5천만원이 열심히 일하는 동안, ‘부지런한’ 5천만원이 다시 일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또 ‘놀멘놀멘’ 5천만원은 다시 놀린다.
비율은 꼭 50%가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실제 개미왕국에서도 ‘놀멘놀멘’ 그룹의 비율은 때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평균 20~60%).
혹자는, ‘놀멘놀멘’ 그룹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비효율을 비판할 수 있다. 맞다.
실제로 연구진은 실험을 위해 두 개 왕국의 일개미 그룹을 아래와 같이 구성해보았다:
- A왕국: ‘놀멘놀멘’ 그룹 + ‘부지런한’ 그룹
- B왕국: ‘부지런한’ 그룹
역시 B왕국의 경제생산성, 즉 효율성이 A왕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연구진이 인공적으로 재난의 상황을 만들어 주었을 때, A왕국에 비해 B왕국은 너무도 쉽게 무너져버렸다.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투자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현금(성 자산)보유는 그래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