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드라마보다 영화를 선호하는 이유: 한 큐에 결말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감정선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피곤할지라도 영화가 좋다. 하지만 이런 나도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으니... 그 이름도 찬란한 KBS 드라마스페셜이다. 각각의 연결되지 않는 옴니버스 구성의 단편극들을 모아 시즌제로 방영하는 KBS 드라마스페셜은 한 자리에서 모든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영화같은 드라마이다. 완전 내 스타일이다!!!
최근 다시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스페셜을 매주 챙겨보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은 그 중 가장 최근에 방영했던 '웬 아이가 보았네' 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왜냐 묻는다면? 간만에 눈물 쏙 뺀 드라마였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드라마가 절정에 다가감에 따라, 온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펑펑 울었더랬다.
진부한 소재도 그 배경에 따라 참신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들어 자주 볼 수 있는 성정체성 이슈가 등장하지만, 스토리의 진행이 시골이라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독특한 이야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편은 성정체성 이슈를 가진 한 남성이 여성으로의 수술을 준비하며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골로 이사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겉모습은 한없이 거칠지만, 사실은 소녀 감성 순자를 꿈꾸는 순호가 시골로 들어오면서 펼쳐지는 에피소드. 그 안에는 동네 천덕꾸러기로 치부받는 동자가 있다. 자신의 아지트로 삼았던 빈 집에 순호가 이사를 오며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첫 만남부터 요란했던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가 불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점차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된 두 사람.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라봐주는 서로가 된 두 사람의 관계는 행복 궤도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가 되기 위해선 적절한 조미료가 필요한 법! 두 사람의 우정을 질투하는 주변 사람들의 개입으로 헤어질 위기에 처하고 만다.
어쩌면 뻔하디 뻔한 성장 드라마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리도 눈물을 멈추지 못 했던 것일까? 이 드라마가 가진 섬세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바로 그 지점이다. 존재의 인정. 순호는 자신의 겉모습이 아닌 본연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동자에게서, 동자 역시 자신의 평판과 환경이 아닌 진짜 자신의 가치를 바라보는 순호에게서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인정 받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든든한 나의 편이 생긴다는 것은 자신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하면서까지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는 절실함이 생겨난다는 것. 이 현실감 없는 희생을 뭐라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호를 보며 깨달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관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모두가 산적같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예쁜 소녀였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한 치의 의심도 없는 태도를 통해 나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순호의 결정이 안타까웠지만, 그래서 순호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결정이 순호에게서 소녀를 본 또 한 사람, 동자를 위한 것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