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15일 허재현 기자의 회복일기
왼쪽은 조성봉 뉴시스 기자, 오른쪽이 허재현.
"재현아, 난 니가 다른 기자들한테 어떤 비난을 당하더라도, 부당한 비난에는 좀 당당하게 맞서 싸웠으면 좋겠어."
뉴시스 노조위원장으로 있는 조성봉 선배 기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점심을 사준다고 진작부터 연락주셨는데 제가 요즘 <리포액트> 창간 준비로 바빠서 찾아뵙지 못하다가 연락주신지 한달이나 늦게 찾아뵈었습니다.
조 선배와의 인연은 한 10여년 됩니다. 제가 한겨레 신입기자일 때부터 거리 현장 취재를 많이 다녔는데 그때마다 사진기자인 조 선배가 현장에서 저를 많이 챙겨주셨었습니다. 빼빼 마른 녀석이 몸사리지 않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게 좀 안타까워 보였던 것일까요. 아무튼 저를 많이 챙겨주었습니다. 몇년전 네팔에서 지진이 크게 난 적 있는데 그때 취재갔을 때도 먼저 취재하러 가 있던 조 선배가 취재원을 연결해주면서 저를 많이 챙겨주셨었죠. 제가 뭐 특별히 좋은 후배라서라기보다는, 원래 조 선배가 좀 후배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인자한 성품인 것 같습니다. (뉴시스 후배님들 부럽소~)
아무튼. 조 선배는 리포액트 후원금도 덜컥 내어주시고 맛있는 보리밥도 사주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내가 너를 지켜본 게 몇년이니? 기자로서 너의 진심을 알고 있기에, 그런 실수를 해도 너를 응원하는 거야."
저는 이 말이 정말 큰 힘이 되더군요.
'그래. 나를 한 십년 지켜본 사람은 나를 실망해 떠나는게 아니라, 되레 이렇게 응원해주는구나.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날 잘 몰라서 그러는 거야. 힘을 내자!'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실 제가 마약 사건을 겪으면서, 한겨레 노조와 언론 노조에 도움을 호소했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개인적으로 실수를 범했고 그것이 위법적인 것일지라도, 회사가 법원의 판단이 있기 전에 일방적으로 해고를 강요하는 것은 좀 부당하다고 느꼈고 노동조합에 도움을 부탁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거절 당해서 큰 상처를 받았었습니다. '마약은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도 보호받기 어려운 거구나.' 체험해야 했습니다. 도움의 거절이 이해는 되지만, 슬픈 건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을 억지로 소화시키느라 제 가슴은 1년 넘게 소화불량에 걸렸었습니다.
1년이 지나 저희 회사가 아닌 타 회사의 노조위원장에게서 먼저 힘내라는 위로를 받으니 이래저래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 저같은 사람이 나타나면 제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 더 잘 행동하게 되겠지요. 제가 받는 모든 은혜로운 격려와 위로는, 저처럼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꼭 되돌려줘야겠다고 다짐하는 하루였습니다.
조 선배와 헤어지고 오는 길에, 한 다큐 감독님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뵈었습니다. 한국 사회 마약중독자의 이야기를 다큐로 촬영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펀드를 모아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마약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색안경을 끼지 않고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열심히, 바르게, 건강하게 잘 살아가겠습니다.
모두 여러분의 응원 덕입니다.
제가 분명 우리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 맞는 거겠죠?